(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정부 재정지원을 요구하며 9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공사는 보유 부동산 매각, 캐릭터 사업, 광고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연간 1조원이 넘는 재정난을 극복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져 요금 인상을 당장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국회가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한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6일 공사에 따르면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통합한 이래 공사는 2017년 5254억원, 2018년 5389억원, 2019년 5865억원의 단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1조1137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1조6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는 코로나19로 시민 이동량이 줄어들며 수익이 전년의 2조550억원에서 1조6102억원으로 4448억원 감소한 탓이다. 같은 기간 비용은 물가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2조6415억원에서 2조723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코로나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수익이 지난해보다 높지 않을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문제가 해소되면 적자폭이 어느 정도 줄겠지만 지하철 이용자가 극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없어 수익이 증가할 일도 사실상 없다"며 "공사채도 2019년엔 7300억원 빌렸는데 2020년에는 2배에 가까운 1조4380억원을 빌려 관련 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공사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돈벌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액수가 큰 사업은 Δ사당 복합환승센터 부지 매각 Δ창동차량기지 부지 지분 매각 Δ용산 4구역 보유자산(아파트 1채, 오피스 49실) 매각이다.
공사 관계자는 "매각이 성사될 경우 복합환승센터 3500억원, 창동차량기지 4000억원, 용산 부동산 5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벌 수 있다"며 "계획은 있지만 팔아야 돈이 생기는 것이고 이마저도 1년 적자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역사의 주역명에 더해 부역명을 추가로 써넣는 '역명 병기' 유상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통합 공사 출범 이후 최초다. 판매 대상역은 을지로4가(2·5호선), 노원(4·7호선), 뚝섬(2호선), 역삼(2호선), 발산(5호선), 내방(7호선)이다.
역사별 입찰 기초가격은 역삼역이 약 2억3000만원으로 가장 높고 내방역이 약 6000만원으로 낮다. 역명 병기 판매는 현재 입찰 후 심의 과정을 거쳤다. 대부분은 계약에 가까워진 단계이며 일부는 심의 통과가 되지 않아 재공고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역사에 공유오피스를 조성하고 '또타 스토리지'라는 개인 창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늘릴 것"이라며 "광고를 확대하는 부분을 포함해 2026년까지 400억원 정도를 벌겠다는 계획은 있으나 워낙 소액이라 재정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캐릭터인 '또타'를 소재로 한 상품도 판다. 처음에는 공사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4월 1일 만우절 깜짝 이벤트로 기획했으나 최근 휴대폰 케이스, 장식품, 티셔츠, 쿠션 등의 판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 측은 "판매 금액의 10%를 받는데 소액이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보면 된다"며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재정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사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의 핵심 원인으로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무임수송 손실을 지목했다. 무임수송 손실은 2017년 3506억원, 2018년 3540억원, 2019년 3710억원, 2020년 2643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17%인 서울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47년에는 37%로 늘어나 무임수송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운영하는 코레일의 경우 무임수송 손실의 60%를 국가가 지원하는데 지하철도 비슷한 수준이 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무임수송은 정부의 복지 서비스로 볼 수 있는데 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책임전가"라고 주장했다.
무임수송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도 민홍철·조오섭·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관련 입법을 추진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만 예산 문제가 있어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하다"며 "9월에 국회가 열리면 집중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데 성과가 있다면 자금난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강도 높은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서울시의 요구에 2026년까지 전체 인력 10%를 감축하고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재정 악화에 따른 피해를 노동자가 고스란히 지게 되고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파업 근거로 삼았다.
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내부적인 변화를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외부에서 손을 벌리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난 극복과 자구안 실행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 어려워 난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송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은 2015년 기본운임이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이후 6년째 동결된 상태다. 공사에 따르면 세계 17개 지하철 운영 주요도시 중 GDP 대비 요금이 서울보다 저렴한 곳은 싱가포르와 홍콩 외에 없다.
공사는 지하철 요금을 100원 올릴 경우 약 1000~1500억원의 적자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서울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로 당장 요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요금 인상이 성사될 경우 공사가 정부 재정지원을 요구할 근거도 약해진다.
공사 관계자는 "누적된 적자를 더 이상 이겨낼 수 없는 상황에서 지하철 정상운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전향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노후시설 투자 등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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