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1.8.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필리버스터라도 하지 않는다면, 입법독주를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말에 뭐라고 대답하겠나."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꺼내 들었다. 사실상 하루짜리 '걸림돌'에 불과한 최후 수단이지만,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마지막까지 부각해 여론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초선의원 그룹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본회의 일정을 확정하면 순차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초선 의원들은 필리버스터에 모두 참여할 것"이라며 "저부터 무조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도 "초선 의원은 전원 (필리버스터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하는 제도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26일) "국민의힘은 이 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다만 필리버스터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시작 시 의원 100명의 서명으로 '종결요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24시간 뒤 180명의 찬성으로 의결되면 국회의장을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켜야한다. 거여(巨與) 앞에서 필리버스터의 위력은 사실상 '하루짜리'인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언론중재법 통과 저지를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2021.8.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필리버스터의 한계점을 들어 무제한 토론 개최를 회의적으로 검토했지만, 민주당이 '전원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내면서 양당의 기류가 180도 변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된 전원위를 통해 '여야 협치'라는 명분을 챙기려 하자, 야당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맞불을 놓자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원내지도부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민주당이 전원위를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입법독주를 하면서 여야협치라는 명분까지 챙기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야당의 시간'으로 끝까지 맞서자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막전막후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대선정국에서 '정권교체론'에 기름을 붓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환영한다. 국민께 소상히 입법 취지를 설명하겠다"며 필리버스터 동참 의사를 밝힌 점도 결과적으로 야권 결집에 이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합법적으로 입법 저항을 하는 수단인데, 다수당이 끼어드는 것은 거꾸로 '오만과 독선' 이미지만 부각하는 꼴"이라며 "민주당이 법안을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여론전에서는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야당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피투성이가 될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없더라도 그것마저 안 한다면 나중에 '입법독주를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말에 뭐라고 답하겠나"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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