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은 다음달 27일로 미루고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는 방안에 합의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언론법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는 여당 강행 처리에 대한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로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의 명분이 마련되자 즉각 자신의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논의 결과를 접한 뒤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추가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언론법의 양면을 모두 거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자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회적인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초 청와대는 언론법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최근 들어 내부에서 여당 주도로 언론법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게 나타났다.
실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이어지던 와중에 직접 국회를 찾아 윤호중 원내대표 등을 만나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수석은 '언론법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이 수석이 다녀간 이후 당초 오후 7시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30분 늦춰졌다.
특히, '본회의 연기는 없다'며 이날까지 법안의 강행 처리 방침을 밝혔던 민주당에선 변화 기류가 느껴졌다. 전날 마지막 협상서 추석 전, 늦어도 다음 달 통과를 전제로 언론·시민단체 등 관련 이해집단이 참여해 논의를 거치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수석 방문 직후 민주당이 강행 처리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여야는 이날 언론법의 본회의 상정을 다음달 27일로 미루고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협의체는 여야가 양당 국회의원 2명씩, 언론계 등 관계 전문가 2명씩을 추천, 총 8인으로 구성돼 대안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청와대가 물밑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은 문 대통령을 향한 각계의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야권에선 문 대통령을 겨냥해 '퇴임 후 안전보장법'이라고 엮으며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상태였으며, 최근에는 해외 언론에서까지 연일 개정안 처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임기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 대치 국면은 다른 중요 입법이 지연되는 등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더욱이 정부는 이날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604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이를 비롯해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수석이 여야 협의 도중 국회를 찾은 것 역시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다. 이런 배경에 문 대통령도 언론법 첫 공식 메시지를 '여야 합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를 통해 강행 처리 움직임에 가려진 독단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국정안정의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여야 합의로 정기국회까지 시간을 번 상황에 대해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기국회가 파열음을 내면서 시작하지 않게 된 점에 대해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언론법 처리의 향방이 여전히 국회에 있는 만큼 청와대는 여론 동향의 촉각을 세우고 역할이나 입장을 가늠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중재법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선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협의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어 갈 일"이라며 "어제도 고의·중과실 추정과 관련해서 수정안이 제시되기도 했고, 야당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를 빼자는 제안 등이 계속 논의됐다. 27일까지 '숙성의 시간'에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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