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자에게) 목숨으로 책임진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비판해도 조문을 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비화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오는 10일 정식 출간하는 '승부사 문재인' 책에 담겼다. 강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최장수 청와대 대변인으로 14개월(2020년 2월~2021년 4월) 간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했다.
1일 출간 최종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다음날 박 시장에 대해 "나는 박 시장하고 (인연이) 오래 됐다.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조영래 선배(작고)하고 박원순 시장, 나, 이렇게는 (연수원 동기이자 인권변호사) 3인방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나와 박 전 시장은) 오랜 세월 비슷한 활동을 쭉 해오기도 했다"며 "(박 시장 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프다. 정말로 인생무상, 허망하고, 안 좋은 일로 돌아가셨으니 더욱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박 시장 빈소에 조문을 가지는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대신 문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고 청와대에선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표로 조문을 다녀오는 것으로 위로를 표했다. 노 실장은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너무 충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알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원래 박 전 시장의 빈소 조문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책의 가편집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조문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발언과 함께 "비판해도 조문을 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소개돼 있다.
강 전 대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2차 가해 논란 때문에 참모들이 만류한 것 같은데, 조문을 가시지 못했을 대통령은 얼마나 슬펐을까. 참으로 상황이 얄궂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아울러 강 전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는 등 방역과 함께 강력한 경제대책을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쯤 김상조 당시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현 정책실장) 등 참모진을 향해 "지금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며 "실효성이 있다면, 국민이 동의한다. 그건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이 중 "'정치경제'를 할 때"라는 발언은 최종본에는 빠졌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크게 이긴 뒤에는 문 대통령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의 총선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에 힘입어 과반을 확보했지만, 총선 이후 당에 '개혁파'가 득세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걸다가 다시 '역풍'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지금은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데, 현실성은 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부에 위기 극복의 권능을 준 것인데 이 선을 잘 지켜야 한다"면서 "선을 넘으면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이 벌어질 것이고 국민이 실어준 힘을 엉뚱한 데 낭비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강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분노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먼저 지난해 광복절 광화문 집회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할 당시 문 대통령은 "몇 명이 깽판 쳐서 많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게 하다니"라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진짜 비열하다"며 불같은 분노를 표했으며, 한 신문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무현 전 개통령'이라고 표현했을 때에도 신문사의 사과가 있기 전까지 상당히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강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으쌰으쌰'를 꼽으며, 청와대를 나갈 때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대통령의 언어' 중 하나가 '빨리빨리'였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강 전 대변인의 '승부사 문재인' 출간 소식에 난감한 모습이다.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비공개 발언들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전 대변인 책 출간 관련 질문을 받고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설사 그 책을 읽어 보았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수 없음은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구체적인 내용의 사실 여부나 의미에 대해서는 저자께서 가장 정확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