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보은 인사와 제 식구 감싸기
지난 4월 8일 임기를 시작한 오 시장은 임기가 1년여로 짧은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진 않았다. 오 시장은 행정1부시장에 조인동 전 기조실장, 행정2부시장에 류훈 전 도시재생실장을 내정해 서울시 내부 승진 인사를 선택했다. 앞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약속했던 ‘서울시 공동 운영’ 방침도 인사에 반영했다.오 시장은 2012년부터 안 대표를 보좌해온 김도식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을 정무부시장으로 발탁했다. 오 시장의 인선에 논란이 발생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김 부시장은 일종의 ‘보은 인사’로 서울 시정과 관련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지난 6월 29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관악2)은 시정질문에서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한 것은 대가성으로 봐야 한다”며 “공직선거법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 유도죄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정질문에서는 김 부시장이 1999년 10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2005년 5월 주택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던 사실도 거론됐다.
김 부시장의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 부시장은 지난 7월 14일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정부의 방역대책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배포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대해 ‘서울시 책임론’이 불거지자 김 부시장은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K-방역’을 정권의 치적으로 자화자찬하다가 막상 4번째 정책 실패에 따른 4차 대유행에 대해서는 ‘모두의 책임’으로 과오를 나누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입장문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의 발언으론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부시장은 한 시간 반 만에 해명을 내놓고 “시 내부의 정리된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입장임을 감안해달라”며 “사견임을 전제로 이름도 적은 것인데 다소 센 발언이 있어 오 시장의 스탠스에 부담을 준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틀 뒤인 16일 오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이렇게 확산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방역의 총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범죄 경력 놓고 “사람이 살다 보면…”
오 시장이 서울시 고위급 인사의 행실로 인해 고개를 숙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철원 민생특보에게 ‘파이시티 의혹’은 아킬레스건이다. 강 특보는 2008년 10월 파이시티 사업 시행사 측 브로커로부터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징역 10개월, 추징금 30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이 같은 행적에도 오 시장은 강 특보를 민생특보에 임명했다. 강 특보는 오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4·7 재·보궐 선거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오 시장 곁에서 정책 자문을 도왔다. 오 시장의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홍보기획관과 정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이번 선거 때는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을 맡았다.지난 6월 29일 시정질문에서 시의회 의원들은 강 특보의 과거 행적을 추궁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송구하다.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다. 아마 능력이나 서울시정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서울시 고위급 인사는 보은 논란이 있지만 오 시장으로선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직책의 적합성, 전문성을 최대한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하기관장 인선 10곳 이상 공석
서울시 산하기관의 인선에도 제동이 걸렸다. 9월 1일 기준 서울시 26개 산하기관(투자·출연기관) 가운데 수장이 공석인 곳은 9곳에 달했다. 대표 직무정지 상태인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사의 의사를 밝힌 서울산업진흥원까지 합치면 11곳이다. 하반기에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서울기술연구원 등의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산하기관 절반 가량이 새로운 수장을 기다리고 있다.최대 중점 과제인 주택정책을 수행할 서울주택토지공사(SH) 신임 사장 인선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SH 사장 후보였던 김현아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을 4채 보유해 다주택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김 후보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노식래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용산2)은 “오 시장의 인선을 존중하지만 검증을 통해 자리에 적당한 사람인지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하마평에 올랐다가 면접 심사에서 탈락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의 경우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SH와 소송을 진행 중인 경실련 출신 인사가 SH 사장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SH와 경실련은 ‘분양원가 관련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에서 소송을 원만하게 해결해주리란 생각에 김 전 본부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정무적 판단이 결여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15명가량의 산하기관장 임명 절차를 앞두고 인사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주택 보유·음주운전 여부·위장전입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체크리스트 작성 의무화, 관련 증빙 서류 제출 등이 인사검증시스템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서울시 정무수석은 “적격자를 찾기 위해 헤드헌터를 통한 다양한 인재풀 구성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산하기관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의회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