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 펄펄 날아다닌 손흥민이 국가대표팀만 오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의 집중 견제, 최종예선 특유의 좁은 공간, 주장으로서 경기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주변의 높은 기대치 등 여러 요소가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에는 심리적 부담까지 안은 것으로 보인다. 잔인한 이야기지만 슈퍼스타 손흥민은 이것마저도 이겨내야 한다. 손흥민이 어려움 속에서도 제 몫을 해내야 한국 축구가 답답함을 풀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 월드컵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안방서 첫 승 기회를 놓친 한국은 부담을 안은 채로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의 2차전을 치른다.
"수비는 잘 컨트롤 됐지만 공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못했다"고 평가한 벤투 감독의 말처럼, 이라크전에서 한국 공격은 다소 답답했다. 결정적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는 등 승부처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전체의 문제 속 간판 공격수 손흥민도 자유롭지 못한 경기 내용이 나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경기 중 2경기서 결승골을 넣는 등 좋은 흐름을 타고 있던 손흥민이지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서는 이라크의 전담 마크와 견제에 막혀 무득점에 그쳤다.
토트넘에서의 손흥민과 국가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이 처한 환경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손흥민을 상대하는 팀들의 전략부터 큰 차이가 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경계 대상으로 꼽히기는 하나, 최종예선에 나서는 아시아 팀들이 바라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예 손흥민 봉쇄가 전술의 주 목적일 만큼 마크에 집중한다.
이라크전에서도 딕 아드보가트 이라크 감독은 90분 내내 맨투맨 마크를 붙이거나 더블 마크를 넣어 손흥민을 막았다. 이라크만 특별했던 것도 아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상대 감독에게 마크할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답은 늘 손흥민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 만날 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상대들이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리는 것도 소속팀과는 다른 환경이다. 아시아 무대에선 한국과 붙는 대부분의 팀들이 수비적 전술을 구사한다. 뒤 공간을 노리거나 넓은 공간에서 스프린트를 즐기는 손흥민이 장점을 펼치기에 쉽지 않다. 반면 EPL에선 치고받는 경기를 펼치다보니 스피드와 돌파를 살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큰 차이다.
주장으로서 전체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도 다르다. 토트넘에선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집중해야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선 팀 전체의 조화를 살려야 한다. 득점과 활약이 토트넘과 온전히 같을 수는 없는 이유다.
주변의 기대가 크다는 점도 손흥민을 압박하는 큰 변수다.
국가대표팀 손흥민은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여러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이라 기대가 분산되는 토트넘과 달리, 국가대표팀에선 매 경기 영웅이 되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EPL에서 뛰는 손흥민이라면 (그보다 수준 낮은) 아시아 무대에선 당연히 상대를 압도하겠지"라는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손흥민이 혹여 아시아권 선수 앞에서 돌파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기대가 컸던 네티즌들의 실망과 비난도 적잖게 크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국가대표팀에선 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손흥민이다. 더해 최근엔 이와 같은 과도한 기대에 심적으로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까지 엿보인다.
어쩌면 손흥민의 공격을 옥죄는 건 상대 수비진 견제가 아닌 스스로가 가진 부담감 탓인지도 모른다. 주변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이에 부응하지 못할 때 받을 비난과 걱정이 손흥민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라크전에서 손흥민은 자신이 치고 나가거나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에서도 매번 동료를 찾는 안전한 선택을 반복했다. 사소한 실수도 조명받는 과도한 관심이 안타깝게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팀 에이스가 이처럼 소극적이니 팀 전체 공격이 잘 풀릴리 만무했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 내에서 가진 입지, 맡은 역할, 개인적 역량 등을 감안하면 도전해야 할 기회에선 더 과감해야 한다. 당장 골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런 과감함 속에서 상대 수비에 균열이 생기고 이를 통해 또 다른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다. 언급했듯 손흥민을 향한 관심과 기대는 커도 너무 크다. 모든 조건이 손흥민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해 내야 한다. 에이스의 숙명이다.
에이스 손흥민이 부담과 기대를 이겨내고 과감하게 도전해주기만 해도, 이라크전에서 보였던 한국 축구의 답답한 공격은 크게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다. 구구절절 조언하지만, 사실 손흥민 스스로도 알고 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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