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유새슬 기자 =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대선 경선룰에서 논란이 됐던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1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당원 여론조사 비율을 20% 반영하고, 본경선 국민여론조사는 '본선경쟁력' 측정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외견상 '역선택 방지 조항'을 모든 경선 여론조사에서 제외했지만, 실질적으로 1차 컷오프부터 역선택 방지 조항 효과를 일부 볼 수 있는 '절충안'을 낸 셈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양자택일'하는 결정으로는 당내 분란을 종식할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이날 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만장일치 의견합치를 봤다"며 이같은 경선룰 확정안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0시30분까지 6시간30분간 마라톤 회의를 진행해 최종안을 도출했다.
확정된 경선룰에 따르면 이달 13~14일 진행하는 1차 컷오프 여론조사는 기존 '국민여론조사 100%'에서 '국민여론조사 80%·당원 여론조사 20%'로 조정된다. 선관위는 12명의 예비경선 후보자를 대상으로 15일 1차 통과자 8명을 발표한다.
2차 컷오프는 다음달 8일 국민여론조사 70%·당원투표 30%를 통해 4명으로 압축한다. 본경선인 결선은 11월5일 국민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로 치르되, 여론조사에서는 경선후보 별 '본선경쟁력'을 측정하기로 했다. 본선경쟁력은 득점비율에 따라 반영되며, 최고점자를 최종 후보로 선출한다.
본선경쟁력은 여권 유력 대선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 조사로 측정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역선택 방지 조항'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제외됐다. 정 위원장은 "여권 유력후보와 1대1로 놓았을 때 어떻게 (지지율이) 나오느냐, 이런 것을 측정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이번 경선룰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은 "강행군을 하며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만장일치의 의견 합치를 봤다"며 "선관위원들의 지혜를 모으는 데 온 노력을 다해주셔서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역선택 방지조항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이전투구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급기야 '반대파'인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박찬주 5명의 대권주자들이 지난 4일 '집단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정 위원장이 이튿날(5일) 사의를 표명하는 해프닝까지 불거졌다.
특히 선관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당내 '양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중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되자, '절충안'으로 갈등 봉합을 시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견상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배제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역선택 방지 장치의 효과를 일부 포함하는 이른바 '짬짜면 경선룰'이다.
본경선 국민여론조사에 포함한 '본선 경쟁력'이 대표적이다. 이 방안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찬성파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주장한 역선택 방지 장치다. 1차 컷오프 방식을 국민여론조사 100%에서 '국민여론조사 80%·당원여론조사 20%'로 조정한 것도 민주당 지지자의 반영 비율을 줄여 역선택 방지 조항 효과를 일부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지난 1일 최 전 원장의 대리인으로 선관위 회의에 참석했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가장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여야 가상대결"이라며 "이를테면 여권 1위 후보와 우리 후보를 개별적으로 비교하면 역선택 소지가 가장 차단되는 길이다. 그 가상대결 격차를 가지고 후보 순위를 매겨서 결정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전면에 섰던 주요 후보들이 이날 선관위 결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밤 뉴스1과 통화에서 선관위 결정에 대해 "수용한다"고 말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며 이날 '당 공정경선 서약식'에도 불참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오늘 선관위 결정을 수용한다"라는 입장을 올렸다.
다만 앞으로 구체적인 본선 경쟁력 측정 여론조사 문항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후보별 유불리 판단에 따라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했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여론조사 문항에 '경쟁력'와 '적합도' 중 어느 단어를 넣느냐를 놓고 거친 설전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본선 경쟁력 문항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 방법을 공개하면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겠나"라고 말을 아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세부 항목은 여당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발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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