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3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간의 결합심사를 검토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던진 말이다. 산업은행 수장이 다른 정부부처를 질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동걸 회장은 "경쟁당국이 앞장서서 다른 경쟁당국 설득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만약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를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우린 다른 곳(경쟁당국)들이 하는 것 보고 하려고 기다리는 것 같아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지난 1월 공정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약 8개월째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심사를 위해 6월초로 예정됐던 기업결합 관련 연구용역을 10월 말로 연장하면서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터키, 대만,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고 미국과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나머지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의 추가 요청사항에 적극 협조하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EU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과거부터 산업재편을 제대로 해오던지, 아님 이제 해야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정부가 전향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사간 합병, 조선사간 합병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항공운임 등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각국 경쟁이 워낙 심해서 그럴 상황도 아니니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노조의 행위가 EU 승인에 악영향을 미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 지원없이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생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자율에는 책임이 수반되는데 노조와 지역사회의 주장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거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할히 하고 조선산업의 부활을 이루는게 쉽지 않은 작업인데 도와주는 곳이 없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