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승부수였던 '종전 선언' 제안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대화 제스처에도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남·북 관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남·북 군비 경쟁과는 별개로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지난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것은 '이중잣대'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종전 선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 담화에서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드는 이중적이며 비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며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앉아 의미있는 종전 선언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이 문제 삼은 '이중적 태도'는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공 발사 직전에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것을 뜻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오늘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했는데 그런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우리 SLBM이 아주 효과적인 억지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 1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시험발사에 이어 28일 오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문 대통령이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이 '이중 기준' 철회를 종전 선언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시 중단과 같은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시 중단 카드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