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5일부터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대환 신규대출을 중단했다. 판매 재개일은 미정이다. 대환대출은 다른 은행에서 이미 받은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 차원에서 대환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의 대환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다른 은행의 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내주던 대출이었는데 사실상 모든 대출 갈아타기를 전면 중지한 셈이다.
농협발 풍선효과에 대출 빗장 건 은행권
이처럼 은행들이 대환대출 빗장을 건 것은 최근 들어 다른 은행에서 넘어오는 고객이 많아져서다. 한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면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24일부터 사실상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한 이후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빚어졌다.금융당국이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는 상황에서 연간 증가율 목표치인 6%대를 맞추려면 은행별로 대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달말 기준 4.9%로 전월말보다 무려 1.3%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은 5.2%, 우리은행은 4%로 전월보다 0.6%포인트씩 상승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신한은행도 전월보다 0.7%포인트 상승한 3%를 기록했다. 다만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전월말대비 0.3%포인트 떨어진 7.3%를 기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702조8878억원으로 지난해말과 비교해 4.88% 늘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한도는 얼마 남지 않았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정한 증가율 목표치인 6%에 맞추려면 앞으로 5대 은행에서 나갈 수 있는 대출액은 총 7조5000억원에 그친다.
연말 '막판 관리' 돌입… 대출절벽 가속화되나
지난 9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729억원인 점을 감안해 앞으로도 이같은 증가폭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마지막달인 12월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집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막판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만큼 연말 대출절벽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하나은행은 전세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세입자의 임대차계약 갱신 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줄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존에는 임차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최대 대출한도가 임차보증금 증액분으로 제한되는 방식이다.
SC제일은행도 7일부터 주력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가운데 금융채 1년물과 3년물을 기준금리로 삼는 변동금리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줄이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일부터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1년4개월동안의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다 대출 영업을 확대해왔던 케이뱅크도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 역시 신용대출 최대한도 2억7000만원을 내세웠지만 예외 없이 '신용대출 연소득' 이내라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달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6%대로 제한하고 내년에는 4%대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대출자의 상환능력 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더 타이트한 대출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은행권의 대출제한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