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1) 기름 사업 의존하는 GS… 신사업 발굴 ‘난기류’
(2) 적자에 주가 반토막나도 대주주 배불리는 GS
(3) 가족경영 GS, 오너 4세에서 ‘평화’ 깨지나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성, 철저한 가족경영을 통해 잘게 쪼개진 지분.’

GS그룹의 기업 정신과 지배구조에 대한 요약이다. GS그룹은 특유의 유교적 가풍 덕분에 부자간,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별다른 잡음 없이 수십 명의 오너 일가가 공동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선 그룹 회장 자리를 노리는 4세들의 물밑 신경전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이어진 ‘평화시대’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 논란도 GS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갈수록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GS그룹이 어떻게 논란을 해소해 나갈지 주목된다.

철저한 가족경영 원칙…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만 48명

GS그룹은 2004년 LG에서 계열 분리된 후 17년째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 수장인 허태수 회장을 필두로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와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갖고 공동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GS그룹의 2021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린 친인척은 허창수 명예회장을 포함해 48명에 이른다. 이들은 49.58%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5.26%)이며 허창수 명예회장(4.75%)이 그 뒤를 잇는다. GS그룹을 이끄는 허태수 회장의 지분율은 2.12%에 그친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45명의 평균 지분율은 0.83%다.

이처럼 GS그룹이 복잡한 지분 구조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허씨 일가 특유의 유교적 가풍 때문이다. 허씨 가문은 유교적 가풍을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강한 가부장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그룹 경영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오너 가족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잘게 쪼개진 특유의 지배구조 특성상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는 문제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수십 명의 오너 일가가 소수 지분을 나눠 갖은 만큼 경영 문화를 포함한 사업 방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GS그룹이 2004년 출범한 이후 17년 동안 ‘비상장사인 GS칼텍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배경에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에너지계열사의 자산 총합은 올 1분기 말 기준 17조6770억원으로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의 유통계열사 자산 총합(9조8322억원)보다 8조원 가량 많아 그룹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일각에선 그동안 GS가 경영권과 관련한 잡음이 없었던 것과 달리 세대가 내려갈수록 약해지는 가족 간 결속력 탓에 지금까지 다른 지배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치홍 GS리테일 상무, 허태홍 GS퓨처스 대표,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등이 차기 총수 후보로 대거 이름을 올리면서 이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GS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등 명확한 승계원칙이 없는 상태다.

‘일감 몰아주기 블랙리스트’, 공정위 감시 대상 또 오르나 

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는 ‘공시대상기업(준대기업)집단’ 중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 수가 전년대비 56곳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GS그룹은 23곳으로 대방건설(36곳)의 뒤를 이어 사익 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공정위의 감시망을 피해 이들 회사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주식 지분율이 20~30% 미만인 상장사, 사익 편취 규제 대상사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자회사, 상장 사각지대 회사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자회사는 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다고 간주한다.

이 같은 사각지대 회사 444곳은 올해 말 시행되는 새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정책팀장은 “대기업 내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지원을 받는 계열회사는 스스로의 노력 없이도 비계열 독립기업보다 경쟁상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사익 편취 논란에서 볼 수 있듯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로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 경영권승계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기업집단 차원의 경제력집중으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5년간 대기업 내부거래금액과 비상장계열의 비중 증가를 고려할 때 기업의 공정경쟁 저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공정위는 재벌의 내부거래에 대해 소극적 실태발표를 넘어 대기업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보다 면밀한 감시와 그에 따라 제재와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S그룹의 4세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4세 경영인들은 그룹 내 실질적인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지주사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이들에게 일감 몰아주기 해소 역시 승계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GS에게 민감한 문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 많은 GS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몇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4월 공정위가 GS그룹 계열사가 SI(시스템통합) 기업인 GS ITM에 일감을 몰아줘 허윤홍 사장을 포함한 허서홍, 허준홍, 허세홍 등 총수 일가가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올 12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GS는 사익편취 규제 계열사가 35개로 늘어나게 되면서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규제 기업에 편입될 계열사 중 GS건설은 내부거래 규모가 가장 큰 편에 속한다. GS건설은 2018년 전체 매출대비 계열사 거래 비중을 2.29%까지 낮췄으나 2019년 7920억원으로 8.3%까지 늘어났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의 비중은 높지 않지만 규모가 크다. 지난해에는 1조3358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에 15%로 높게 뛰면서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GS는 새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계열사를 정리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매각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더욱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지원군으로 나서 소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봤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헐값에 팔거나 과징금을 내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관련 지분을 사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한은 정해져 있고 경영권을 가져올 수 없는 소수 지분 거래가 많아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층 강화된 공정거래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GS는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달라진 규정에 따라 GS 내부 거래가 또 다시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오를지도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