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장아름 기자 =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약점으로 '불안감'을 꼽았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진행됐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한 관객이 연출에서의 약점 혹은 실수로 연출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영화 만드는 모든 과정이 불안감의 표현"이라며 "제가 불안의 감독이라면, 하마구치상은 확신의 감독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말하고자 하는 바, 방법론, 지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들이 나름의 철학과 확신, 바위 덩어리 같다"며 "저는 매순간 불안하기 때문에 어디로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그걸 관객들이 '좋다, 재밌다, 이상하다, 특이하다, 독창적이다'라고 해주는 해석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백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래서 제 입장에선 여러가지 불안함의 표현이 그 자체가 약점이 아닐까 싶다"라며 "내가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있어도 그것에 대해 계속 의심을 한다"면서 "'이런 얘길 굳이 해야 할까, 이 얘길 절실하게 해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 않을까' 불안감이 많기 때문에 그게 약점이면서 또 제 자신을 신뢰 안하기 때문에 강점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영화를 만들다 보면 영화가 우리 손을 떠났다 느껴지는 시점이 있다"며 "개봉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편집, 촬영 후반부일 수 있는데 이미 이 영화는 나보다 커졌고, 영화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내 손을 떠났거나 나의 사고, 머리 몸보다 훨씬 커져버린 상태를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걸 수긍하며 따라가야 하는 것 같다, 그 지점에 이르면 오히려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자긴 어때?"라고 질문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 말을 하면 저는 부끄러운데 저도 봉준호 감독님과 마찬가지다, 저도 불안이다"라며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막 해보는 거다,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거나 리허설을 반복적으로 해나간다거나 기본적으로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고 저는 그런 점에서 불안 덩어리"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봉준호 감독은 "거짓말!"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한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잇는 차세대 일본 감독으로, 올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두 편을 동시에 선보였다. '우연과 상상'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제 수상작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도 알려져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 에서 상영된 '살인의 추억'(2003) GV에서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것은 물론 지난해 일본에서 '기생충'(2019)에 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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