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 지난 26일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화물차에 치어 숨진 플랫폼 배달라이더를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1.8.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이정후 기자 = '되도 않는 가오를 잡아', '꼴값 떤다', '지x 났다, 도로상황에 끼치는 악영향이나 생각해라', '딸배(배달 라이더 비하 용어) 갈 뻔했는데, 안 죽었네'
오토바이 사고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들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가 파악되기도 전인 기사들에서도 '가해자는 오토바이 기사'라는 글도 눈에 띈다.

10일 뉴스1이 만난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라이더라고 하면 조롱과 욕이 돌아오는 세상이 무섭다"라고 입을 모았다.


라이더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거리 위에서 보내 기사 볼 시간은 잘 없다면서도, 가끔 라이더들의 사망 사건 기사를 보면 '오토바이가 일단 잘못했네' 등의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씁쓸함이 앞선다고 한다.

라이더들 사이 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통해 정보를 주는 기사들을 공유할 때면 "기사만 보고 댓글을 보지 마세요, 안 좋습니다"라는 말을 함께 언급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억울한 죽음임에도 사망한 라이더를 비난하는 여론이 강하면 "가서 좋은 댓글 좀 달아주자"는 말도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 과실이 명백히 없는 사건에서도 "범법행위 오토바이"라며 가해자를 감싸는 댓글들도 적지 않다.

특히 라이더들은 지난 선릉역 오토바이 사망 사고가 하나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난 8월26일 오전 11시30분쯤 선릉역 인근에서 배달오토바이 운전자 A씨(42·남)가 23톤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의 운전석이 높아 바로 앞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로 전해졌다.


당시 A씨는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를 빌미로 A씨를 향한 악플이 거세진 바 있다. 이후 "악플이 선을 넘었다, 혐오가 극에 달했다"라는 말도 라이더들 사이에서 나온다. 당시 '누구는 점심 굶겠네', '자업자득' 등의 악플이 달리자 유족 측이 분통을 터뜨리며 "무분별한 악플로 유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종민 쿠팡이츠지회 준비위원장은 "혐오는 결국 사회적 약자를 향하는데, 우리 사회가 배달원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로 인해 더 심해진다"며 "특히 선릉역 사고 때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으로 인해 하나의 트라우마처럼 자리잡았는데, 이런 일로 '일을 그만둬야 되나' 등으로 고민하는 라이더들도 많았다"라고 했다.

강남 등지에서 배달 일을 하는 김모씨(32·남)는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오히려 난폭 운전, 헬멧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욕하고 심지어 신고·단속도 한다"며 "그럼에도 '라이더들은 악인'이라는 이미지가 없어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주변에서 쉽게 보이는 사람들이니까 쉽게 말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라고 했다.

김영수 민주노총 배민지회장은 "배달 라이더에 대한 혐오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악플도 도를 넘었다"라며 "심지어 선릉역 사망 추모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이 '운전 그렇게 하니까 개떡같이 죽지'라며 대놓고 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신호 위반, 과속을 일삼는 라이더들을 현재도 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자성부터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오토바이가 교통법규 위반시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건수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올해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58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4% 증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안전운전 불이행과 신호위반이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이륜차 사고는 2만1258건으로, 지난 2019년 2만898건 대비 360건 늘었다. 이륜차 사고 수는 2019년 처음으로 2만건을 넘었는데, 역대 최다치가 1년 만에 바뀐 것이다.

라이더들도 '자성해야 한다'는 인식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모든 라이더들의 생각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운전 습관을 계도하기 위한 캠페인 등을 꾸준히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수 지회장은 "운전자의 습관을 계도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조와 사측이 캠페인을 준비 중에 있다"라며 "아무리 1분 1초를 다투는 음식 배달이라고 하지만, 라이더의 습관 때문에 불법 운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저희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계도하자는 취지다"라고 했다.

배달 라이더 이성우씨는 "예전부터 빨리 배달해줘야 해 신호를 잘 안 지키다 보니까, 라이더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라며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겠지만, 라이더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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