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한은은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해온만큼 마지막 남은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로 동결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한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33개월)만에 인상한 바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며 연내 추가인상 의미를 내비쳐왔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수출이 개선되며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경기회복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와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으며 주가는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이달들어 미국발 악재의 영향으로 6개월만에 3000선을 내줬고 지난 5~7일까지 3거래일동안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1조원 이상 팔며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결정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달 3~4일 예정된만큼 한은은 미 FOMC의 결정을 확인한 뒤 추가인상을 계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중국 헝다 사태를 포함해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국 행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한은으로선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고려할 때 두달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서기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에 중점을 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점진적 인상을 예고해온 바 있다. 한은은 2007년 8월 이후 연속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었다. 실제로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경우는 2007년 7월 4.50%에서 4.75%로 0.25%포인트 올린데 이어 다음달인 8월 다시 5.0%로 0.25%포인트 올린 경우가 유일하다.

수출 지표 양호하지만 동결한 이유는

9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6.7% 증가한 558억3000만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일평균 수출액도 26억6000만달러를 기록, 무역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네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1347명 증가한 33만4163명이다. 지난 7월부터 확진자 수가 네자릿수 규모를 이어간 것은 98일째다.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조치도 오는 17일까지 시행되는 등 방역조치도 완화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소비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산업생산 지수는 111.8로 전월대비 0.2% 줄었다. 소매판매,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각각 0.8%, 5.1% 감소했다. 3개 분야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포인트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14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취업자 수의 증가폭도 둔화되고 있다. 8월 취업자 수는 2760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만8000명(1.9%) 늘었다. 취업자수는 지난 3월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6개월 연속 늘고 있지만 증가폭은 매월 줄고 있다.

이달은 속도조절, 다음달은 추가 인상할 듯

한은이 이달 ‘동결’로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다음달 25일에는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리는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18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9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8878억원으로 전월(698조8149억원)보다 4조728억원 증가했다.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폭(3조5068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실물경제에 작용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가계대출 추가규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한 점을 감안하면 한은도 금리인상을 통해 정부 정책과 기조를 맞춰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 3분기 소비자물가가 2.6% 뛰면서 2012년 1분기(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약 10년만에 최고치를 찍는 점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물가 상승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어 한은은 이를 잡기 위해 다음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마지막 금통위에 쏠려있다.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는 앞으로 11월25일 한차례 남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압력과 가계부채 문제로 다음달 한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