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방역당국이 5차 유행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불가피한데, 이와 함께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같이 풀어질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전날(19일) '코로나19 관련 4차 유행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속단하긴 어렵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이동량이 증가하고 실내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유행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은 바로 백신 접종이다.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는 전 국민 기준으로는 65.9%,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는 76.6%에 도달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정부가 우선 목표로 했던 전 국민 70% 백신접종 완료는 이르면 22일쯤, 늦어도 이번 주말쯤에는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은 접종 6개월이 지나면서 백신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를 보완할 추가접종(부스터샷)은 우선 고령자 및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만 접종이 제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소홀히 할 경우 자칫 코로나19가 또다시 유행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 단계가 시행되면 개인간 접촉이 늘어나면서 신규 확진자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100%가 아닌 상황에서 백신 접종자들이 늘어날수록 돌파 감염 사례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역단계가 완화될수록 마스크 착용 및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이유다.
◇영국·이스라엘,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환자 급등
이 같은 사례는 앞서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에 진입한 해외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했던 영국은 지난 8월 초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꾸준하게 중가 추세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8일 하루동안 영국에서 보고된 신규 코로나19 환자들은 4만8703명이다. 영국은 지난 5월 15일 일일 신규 확진자 0명까지 기록했으나 델타 변이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의무 폐지 등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서 다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 5월 30일 일일 신규 코로나19 환자수가 5명에 그치는 등 높은 백신 예방접종의 효과를 본 뒤 6월부터 방역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그러다 9월 초 하루 1만6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불과 1~2개월 만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경우 8월 말부터 12세 이상 연령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실시하면서 최근에는 다시 환자 발생수가 하루 1400명대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미국 또한 9월 중순 이후 코로나 19 환자 발생이 점차 감소 추세다. 다만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7일 “아직 백신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6600만명이 있으며 이들로 인해 코로나19 5차 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잘 대처하지 못할 경우 (지금같은) 감소세가 지연되거나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백신 미접종자 중증화율↑…최선의 수단은 예방접종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약 530만명의 백신 미접종자가 있어 우리로서도 백신 미접종 코로나19 감염자들로 인한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코로나 위중증 환자들의 상당수가 백신 미접종자인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가 더 크다.
실제로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들의 중증화율은 2.57%로 백신 접종자들의 0.6에 비해 몇 배나 높다. 치명률 또한 각각 0.41대 0.18로 두 배가 넘는다.
이와 관련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중증화와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수단은 예방접종"이라며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을 강조했다.
◇방역 긴장감 이완에 추워지는 날씨 '변수'…점진적 완화 필요
이에 일상완화 단계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코로나19 치명률이나 위중증 환자 발생 등의 수치에 따라 보다 점진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접종 효과로 (확진자 수가) 많이 내려왔지만 갑자기 풀어줄 경우 이전의 정점인 3200명대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가오는 겨울로 바이러스 유행 위험이 더욱 큰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바로 마스크를 벗고 약속을 잡는 등 방역지침 준수가 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정 교수는 "날이 추워지면 호흡기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더 잘 들어온다. 더구나 지금은 대부분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델타 변이다"라며 "지난 여름이랑도 다르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