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23일 70%를 넘으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가는 시침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전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접종률 상승세에 맞춰 11월 1일을 목표로 했다.
정부는 일상회복 이행 계획을 논의하려 민관합동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산하 4개 분과 중 '방역의료 분과'는 25일 오후 공청회를 열어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의료 대응 및 거리두기 조정안의 초안을 공개한다.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회의에서 일상회복위 논의를 거친 이행 계획을 결정해, 이날 발표한다.
전문가 대부분 일상을 회복하자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회복 과정에 대한 생각이 다양했다. 공통적으로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방역·의료 인력과 자영업자·소상공인 그리고 국민의 큰 희생이 또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루 확진자 2.5만명 발생 땐 다시 제재로 복귀?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2일 단계적 일상회복 2차 공개토론회에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다 보면, 하루 확진자가 2만5000명 발생할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균 시나리오에 따르면 최대 일일 확진자 2만5000명, 재원 중환자 3000명에 이를 수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방역·의료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 교수는 "그동안 확진자 최소화를 위해 무제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왔고 사회의 피해를 강요했지만, 앞으로 지속할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으며 절차적으로 정당한 정책으로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 교수는 Δ중증환자 병상 예비 Δ중환자·사망자 수 Δ유행 규모를 고려해 3단계로 일상 회복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정 교수는 일상회복 과정에서 대규모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중환자 병상, 입원 병상 가동률이 80%로 높아지거나 5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면 증권가의 '서킷 브레이커(위기대응 전략)'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작동하면 4주 내외 사적 모임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거나 접종 증명 강화 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은 예상될 최악에서, 최상의 곡선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 불편이 크면서도 방역에 영향 주지 않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안전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완화는 점진적이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조심하면 기대와 다른 모순이 될 수 있다. 큰 폭으로 완화하되 '서킷 브레이커'를 충분히 활용하자. 코로나19 유행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약자 살리려 생물학적 약자 희생 없어야
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사회·경제적 피해를 크게 입은 계층을 되돌아보자는 의견도 이어졌다. 업무 과중에 '번아웃(탈진)'을 겪고 있는 방역 현장 인력, 계속된 거리두기로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취업의 기회를 찾기 힘든 청년구직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민 과반이 위드 코로나를 찬성 또는 반대하기 어려운 이유를 "누군가 피해를 보는 게 걱정스럽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방역 규제를 강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완화한다면 대유행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알고 있다는 의미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의뢰를 받아 진행한 코로나19 대응 체제 전환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방역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4.1%가 보건의료 인력과 기관의 부담 가중을 우려했고,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에는 응답자의 64.5%가 생계 부담이 가중된 국민 위험 등을 걱정했다.
유명순 교수는 "국민은 자신이 그럭저럭 일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하지만 자신보다 힘든 상황의 이가 더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위드 코로나로 인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대유행 때마다 헌신하는 의료진, 생계를 막막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국민은 이후 유행과 방역·의료 체계 모두 걱정한다. 정책상 '일상회복'보다 '전보다 더 나아질 일상, 사회'가 위드 코로나를 표현하기 적절하지 않을까"라며 "회복이라고 볼 만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위드 코로나로 가더라도, 방역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역수칙 완화로만 봐선 안돼…자율·책임 더 강화돼야
무엇보다 위드 코로나의 개념과 일상회복 및 체계 전환의 설명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어디까지 감수할지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확정된 이행계획 없이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만 부각돼 긴장 완화와 우려를 낳게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유행을 예측하기 힘들 만큼 여전히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정부와 민간이 생각한 위드 코로나의 개념은 다르다. 민간에서는 확진자 집계도, 격리도 하지 않은 채 중증환자와 사망자 관리하는 것으로만 안다. 인식 격차가 클수록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위드 코로나의 개념과 방향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국민이 공감해야 정책에 추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봄이나 여름부터 논의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들지만, 이제라도 사회 합의가 중요하고 정쟁으로 다루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이 빛날 순간"이라며 "방역 의료 체계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평시 의료 전달체계를 복원하는 취지로 보강하거나 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유명순 교수 역시 "국가의 역할은 국가가 하고, 국민이 할 일은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 위드 코로나 이후 국민 건강을 보장할 국가와 지역사회의 책임이 있고, 국민 또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책임이 있다. 각각 책임의 총량이 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듯 위드 코로나를 '방역 완화'가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방역 또한 자율과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2일 위드 코로나 전환과 관련해 "무조건 안심하기보다 '희망을 품은 위기의 순간'으로 이해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자율과 책임의 방역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일상회복을 '방역수칙 완화'로만 보지 말고 코로나로 인해 드리운 사회 곳곳의 그늘을 걷어내는 일로 폭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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