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안무가./사진=창작춤집단 목

“무용은 관객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소중한 행위입니다. 안무가들이 좀 더 사명감을 갖고 무용에 임했으면 합니다.” 
무용은 단순히 신체 움직임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안무가와 관객, 무대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되며 그 가치를 발휘한다. 33년 동안 무용 외길을 걸어온 김종덕 안무가(창작춤집단 목(木) 대표). 김 안무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현자 교수 문하에서 동양사상에 대한 탐구와 예술적 역량을 키워 현재 한국창작무용 부문에서 중견 무용가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이다. 

서울시립무용단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양대학교·서울문화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수원대학교 객원교수, 천안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거쳐 현재 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학부 초빙교수이자 케이박스(K-BOX) TV 예술감독이며 전국무용제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김 안무가는 한국인의 정서를 시대에 맞게 채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용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와 다양한 공동 작업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주목받는 안무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안무가는 “안무가는 진정성을 갖고 무용에 임해야 한다”며 “무용은 규격화 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안무가가 진정성이 없으면 관객들에 의도가 전달되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무용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지난 10월말 그가 강의하고 있는 세종대학교를 찾았다. 

“무용가는 정직해야 한다” 


“무용가는 정직해야 합니다. 무대 진정성은 평소 생활 속 정직함과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무용가의 기본자세에 대해서 묻자 김 안무가는 이렇게 답했다. 30년 이상 무용가로 살아온 그가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면서 늘 아쉬웠던 건 바로 ‘진정성의 부재’였다. 


김 안무가는 “기교에만 매몰돼 무용가 스스로도 이해 못하는 어려운 주제로 춤을 추는 건 감정이입도 안 되고 진정성이 결여돼 관객도 감동을 받지 못한다”며 “예술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갈 방향을 정하고 방법론까지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통무용가도 자기만의 방법론을 만들고, 공연할 때 자신의 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컨셉을 통해 정확한 의도가 전달 되어야한다”며 “어린 친구들도 춤을 배울 때 기술뿐만 아니라 왜 춤을 추는지 그리고 지향점은 어디인지 그런 부분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안무가가 처음부터 무용을 시작했던 건 아니다. 유년 시절 그는 시를 쓰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문학 소년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무용을 접하게 된 건 대학 시절이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학비를 충당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김 안무가. 그는 슬픔을 잊지 못해 방황하기 시작한다. 극단적인 선택마저 떠올린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의 권유로 연극을 접하게 됐고 “나 아닌 삶을
.사진=창작춤집단 목
살고 싶어”라며 연극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깊은 바다 같은 무대 위에서 무용이라는 마약 같은 위로를 만난다. 

“진정한 춤꾼이 되려면 춤 이상의 진정성이 필요”


김 안무가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이 내적으로 흥미롭기도 했지만 그것을 통해서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며 “무용은 죽음보다 완벽하고 삶보다 치열한 교감을 주는 절대적인 존재였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후 춤을 추면서 대학을 다녔고 춤 때문에 부산시립무용단원이 됐고 부산대 무용학과 석사, 그리고 서울시립무용단원이 됐다. 내친김에 시작한 박사는 춤으로만 되는 게 아니었다. “박사는 춤 이상 무언가가 필요했다”며 이내 비장한 표정을 짓는 김 안무가. 그는 “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춤을 넘어선 무엇이 필요했다”며 “춤의 사상적 원리를 깨닫고 춤을 추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터득하자 그것이 감성으로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내 행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그가 터득한 무용의 원리는 박사 졸업을 넘어 현재 김 안무가 사상과 철학의 기반이 됐다. 김 안무가는 전통춤의 토대 위에 우리 춤의 원리를 현재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한국창작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예술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김 안무가는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춤의 정서나 원리를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그 시대가 원하는 춤 언어를 적극 활용해야 관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안무가는 앞으로 무용가들에게 춤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제공해 주고 싶다는 인생 목표를 내비췄다. 그는 “젊었을 때 열정만 가지고 했던 것을 사상과 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체계적이며 완성도 있게 구성해서 김종덕의 예술철학을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