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대전광역시 동구청, A씨 등에 따르면 대전 동구 한남로에 세입자로 거주하는 A씨는 올해 7월 구청으로부터 주거 이전 통보를 받았다. 동구청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시비 77억4000만원을 투자하는 ‘2021년 전통시장 활성화 및 시설 현대화 지원 공모사업’ 심사에서 시장 및 상점가 관련 사업에 선정돼 A씨의 주거지를 포함한 땅에 공영주차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A씨의 임대인은 한달 후인 8월 동구청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토지 소유자가 된 동구청은 A씨에게 임대차계약 만기일인 내년 3월 이전에 이사 시 보증금을 반환하기로 약속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재계약 청구권 행사가 불가할 뿐더러 갑작스럽게 이사까지 가게 된 A씨는 동구청에 주거이전비 보상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공영주차장 건설은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A씨는 지난달 권익위에 이 사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약칭 토지보상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약칭 국토계획법)에 따라 공영주차장 건설은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명시됐다. 토지보상법 제4조2항은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인가·승인·지정 등을 받아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주차장에 관한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규정한다.
국토계획법 제2조6항도 '도로·철도·항만·공항·주차장 등 교통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기반시설로 본다. 이어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무상으로 사용하는 거주자도 포함)로서 사업 인정 고시일 기준 지구 내 3개월 이상 거주한 자에 대해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
유사 판례를 보면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해 취득하거나 사용함에 따라 생활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세입자를 위해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하고 당사자 합의나 사업 시행자 재량에 따라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두3685 판결 등 참조).
2013년 1월 인천 계양구청의 병방시장 공영주차장 조성사업 과정에도 비슷한 판례가 있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과 상인 등은 구청과 건물 소유자의 협의 매수절차에 따라 퇴거 요청을 받았다. 이들은 당시 영업손실 보상금의 지급을 수차례 요구했고 권익위에 민원 제기 결과 2014년 보상을 시정권고 받았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법적 소송을 벌였다. 법원은 정신적 손해를 포함 원고들에게 각 2000만~3000만원대 보상을 인정했다.
동구청은 공영주차장 조성을 위해 임대인과 토지를 매매계약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공익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계약이 강제성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고 계약서상 '재산권 및 공과금 등 비용 처리가 된 이후에 매매를 이행한다'고 돼있는데 해당 비용에 주거이전비가 포함돼 지급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