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내 각 세대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2021.9.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점 추진한 태양광 사업이 물리적 목표 달성을 위해 SH임대아파트를 무리하게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급업체 폐업 등으로 정기점검도 실시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사후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감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11일자로 해당 부서에 주의, 업체 고발·과태료 등 총 30건의 지적 사항을 통보했다고 14일 밝혔다.


◇물리적 목표 달성 위해 SH임대, 일반 아파트 2배 이상 보급

시와 SH공사는 SH임대아파트에 대한 태양광 보급 목표치를 일반 아파트의 2배 이상으로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올해 9월 현재 전체 베란다형 태양광(12만472가구)의 39.5%(4만7660가구)는 SH 임대아파트에 설치됐다.


이 과정에서 SH공사는 2017년과 지난해 신축한 일부 임대아파트에 대해 시민 동의 없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주민들 민원도 제기됐다.

무리한 목표 설정과 업체 측의 과도한 영업행위로 실제 발전 효율은 낮고, 전기요금 절감 효과도 저조했다.

조사 기간 중 367개소의 발전량을 샘플 분석한 결과 연간 태양광 실제 발전량은 이론상 발전예상량의 70.3% 수준에 불과했다.

보급업체 폐업, 신청자 연락두절 등으로 정기점검, 무상하자보수 등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태양광 총 7만3671개소 중 2만7233개소(37%)는 보급업체가 폐업해 정기점검을 실시하지 못했고, 4만6438개소 중 절반은 신청자 연락두절로 점검하지 못했다.

앞서 서울시는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협동조합·업체 68곳 중 14곳이 폐업했고, 14곳에 지원한 보조금 액수만 118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태양광 316개는 이사, 일조권·조망권 침해, 통풍·환기 부족, 강풍 안전문제 등 시민불편으로 5년도 안 돼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 주요임원, 시 정책에 관여…내부 정보로 사익 추구

시 감사위원회는 태양광 협동조합 주요 임원들이 자문 형식으로 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시 정책에 관여하고, 서울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을 사전에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보급업체로 선정된 A협동조합은 시 태양광 보급사업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0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또 공무원에 준하는 기능을 했던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들이 태양광 보급업체 임원으로 동시에 활동한 것도 사익과 공익 충돌로 판단됐다.

감사위는 "최소한 본인이 스스로 태양광 보급사업 관련 위원회 활동을 기피하거나 서울시가 제척 규정을 사전에 마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보다 비싼 토지 가격, 부족한 일조량 등 서울의 특성상 태양광 사업이 당초부터 수익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협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판단했다.

김형래 서울시 조사담당관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삼아 태양광 보급 사업이 효율성, 공정성, 형평성을 담보하고 재구조화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 통보 조치했다"며 "1개월간의 재심의 기간을 거쳐 12월 중 최종 조사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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