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보자애원 강제입소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한 장애인단체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복지시설이 과거 입소자를 강제로 데려와 사실상 감금해 왔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에 의한 불법 인신 구속행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연구소 측은 영보자애원 내 다수의 생활인이 반인권적인 방법으로 입소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영보자애원은 군사정부가 여성 노숙인들이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만든 복지시설이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영보자애원에 자진 입소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나머지 88%는 경찰 등에 의해 강제로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2017년 실태조사에 참여한 민간조사원이 생활인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제 입소 피해를 봤다는 유족의 증언도 이어졌다. 피해자 유족 오충빈씨는 "1983년 7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미용실에 가기 위해 외출했던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행방불명됐다가 영보자애원에서 2007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20년 동안 가족을 찾다 포기하고 사망신고를 했으나 2007년 5월 영보자애원에서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다는 엽서를 받았다. 그렇게 어머니를 찾았지만 어머니에게 과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씨는 "20여년 만에 어머니를 찾았지만 어머니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며 "배변·배뇨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모시고 온 지 3년 만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후 영보자애원으로부터 받은 기록 카드에는 행방 불명된 이후 어머니가 대방동 부녀보호소와 청량리 정신병원을 전전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연구소는 "영보자애원은 개소 당시부터 생활인의 가족을 찾기 위해 DNA 검사 등을 실시한다고 했으나 오씨 어머니는 20년이 훌쩍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보자애원에는 300명에 달하는 장애인이 지금도 감금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정연웅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집행위원은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수천명의 시민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강제노역을 강요한 희대의 인권 유린 사건"이라며 "형제복지원 같은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도 자행됐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 협의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과 함께 영보자애원 대응팀을 꾸리고 진상 규명 작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입소된 생활인들은 과거 서울대방동 남부부녀보호소서 전원된 사람들이다. 영보자애원은 여성부랑자들을 강제수용한 바 없다. 영보자애원은 형제복지원과 달리 서울시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