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태릉CC(골프장) 부지에 6800가구를 짓는 개발사업이 6년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 등 첫 관문을 넘어서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역사성과 교통 여건 등 선결 과제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9년 착공 목표로 태릉CC 개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전날 '8·3 부동산 대책'에 담긴 주택공급 방안의 한 축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10월까지 마무리한 뒤 ▲공공주택지구 지정(2027년 3월) ▲지구계획 승인(2028년 상반기) ▲부지 착공(2029년 상반기) ▲주택 착공(2029년 9월)으로 이어지는 시간표다.
태릉CC 개발은 문재인 정부였던 2020년 8·4 대책에서 1만가구 공급 계획이 처음 제시된 뒤 6년 가까이 표류한 사업이다. 주민 반발과 교통·환경 문제, 문화유산 훼손 등 논란이 있었다. 정부가 공급 규모를 1만가구에서 6800가구로 줄였음에도 사업 진척은 더뎠다.
첫 번째 난관이었던 세계유산영향평가는 8부 능선을 넘고 있다. 태릉CC 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태릉·강릉과 인접해 있다. 개발에 따른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영향을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 지역이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위원회 합동분과는 지난 11일 태릉 주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의 세계유산영향평가서를 심의해 조건부 가결했다.

다만 후속 절차가 정부 뜻대로 진행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국가유산위원회 합동분과의 조건부 가결은 OUV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검토해 평가서에 넣고 개발 마스터플랜을 첨부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6800가구라는 공급물량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세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실제 공급 규모는 협의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도 "유네스코 검토 과정에서 어떤 의견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과 기반시설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교통 혼잡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개발을 반대해왔다. 노원구아파트연합회는 "중요한 정책을 발표할 때는 지역 주민과 먼저 협의하는 것이 옳다"며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발 반대 주민들은 오는 28일 국회의사당 앞 집회도 예고했다. 기초자치단체인 노원구도 도로망 확장, 지하철 지선 도입, 광역도로 건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속도전을 내세우기보다 선결 조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역 주민들이 요구해 온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에서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G3 서울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개발 기준을 정할 때 특정 거리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역사적 가치와 주거 기능이 공존할 수 있는 기준을 공정한 절차로 마련해야 한다"며 "일방의 판단이 아니라 주민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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