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차량용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가 충전되고 있다. / 사진=현대오일뱅크
◆기사 게재 순서
① 본캐보다 잘나가는 부캐… 윤활유의 반란
② 친환경 입는 정유사, ‘4사4색’ 미래 전략은
③ 기름만으론 못산다… 주유소의 이유 있는 변신

정유업계가 친환경 에너지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필수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본업인 정유사업 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친환경을 접목한 미래 에너지로의 적극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새로운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에너지 전환 가속화

친환경 화두는 산업계를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다. 11월 초 영국에서 열린 ‘제26회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6)’에서 G20(주요 20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대비 1.5도로 제한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 역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정유업계 역시 ‘굴뚝산업’의 한계를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


변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19년을 기준으로 제품 생산과정(Scope1)과 공정 가동에 필요한 전기 등을 만드는 과정(Scope2)에서 탄소 1243만톤을 2030년 50%를 수준으로 감축시킨 뒤 2050년 이전 100%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사업 밸류체인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Scope3)도 2020년 기준 약 1억3400만톤으로 고정자산 기준 탄소 집약도로 관리지표를 수립해 2030년까지 약 45%를, 2050년까지 75%를 줄이기로 했다.

신사업으로는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한다. 과감한 투자로 올해 글로벌 5위 공급자의 위상을 확보한 데 이어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연산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등 단계별로 끌어올려 글로벌 선두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지난 10월에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SK온은 내년쯤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분야도 눈여겨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CLX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S 기술을 적용시켜 ‘블루수소’를 생산해 수소 연료전지 발전 등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수소에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별도조직을 신설해 수소산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과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추출설비 구축, CCU 기술 실증 및 상용화 등 액화수소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6월에는 한국동서발전·여수시와 손잡고 환경 수소 연료전지 발전 사업과 수소 생태계 강화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수소 관련 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온 서산 배터리공장 전경. / 사진=SK이노베이션

수소에서 성장기회 찾는다

에쓰오일은 수소·바이오 연료사업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올해 초 40여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한 차세대 연료전지 벤처기업인 에프씨아이(FCI)의 지분 20%를 확보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데 이어 삼성물산과도 수소 동맹을 맺었다. 양사는 해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개발부터 이를 국내에 도입·활용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수소 연료전지를 비롯해 친환경 바이오 디젤,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등 분야에서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 유통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연료전지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부터 중앙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내 구축했다.

분리막 생산 설비도 구축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 및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증 테스트를 거쳐 오는 2023년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단계로는 내년부터 전해질막까지 사업을 확대해 부품 국산화에도 도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간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외에 현대오일뱅크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친환경 건축소재, 산업용 탄산가스 등으로 재활용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기체 확산층, 전극 분리판 등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전반을 포괄하는 단위셀 사업과 건물, 중장비용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