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정인양(가명)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26일 열린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입양의 날'을 맞은 지난 5월11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를 찾은 어머니와 딸이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는 모습. /사진=뉴스1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가명)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아 감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26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에게는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장씨와 안씨 모두에게 아동 학대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검찰은 장씨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장씨는 지난해 1월 입양한 딸 정인양을 수개월 동안 상습 폭행·학대하고 같은해 10월13일 복부에 강한 둔력을 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양은 사망 당시 췌장절단과 장간막 파열 등 복부에 심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남편 안씨는 함께 정인양을 학대하고 아내의 학대와 폭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장씨에 대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16개월 여아인 피해자에게 췌장, 장간막이 둔력 행사부위와 척추 사이에 압착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2회 이상 행사했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장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정인양의 복부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정도로 강한 둔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췌장 절단이나 장간막 파열은 가볍게 때리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발로 밟거나 손을 쓸 경우 팔을 뒤로 뺐다가 힘차게 주먹을 내지르거나 팔을 높이 들어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등 강한 둔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씨가 손이나 주먹을 이용해 강하게 치는 방법으로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장씨가 정인양의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당시 손으로 내려친 것인지 발로 강하게 밟은 것인지 확정할 수 없지만 어느 방법으로든 강한 둔력을 행사했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정인이 2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1
재판부는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장씨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망 전에도 췌장에 손상을 이미 입은 상태였고 장씨의 학대로 인해 매우 쇠약해진 피해자에게 다시 2회 이상 둔력을 행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위험한 상태임을 인식하고 병원에 간 점은 인정되지만 119신고없이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이동했고 병원에 간다고 해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 안 된다거나 사망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장씨의 1심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양허가 확정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양육 스트레스 등 자신의 기분만을 내세워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방임하고 신체·정서적으로 잔혹하게 학대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계획된 살인이 아닌 점과 분노를 조절 못하는 심리적 특성 등을 종합하면 무기징역 선고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장씨의 범행 자체에 대한 것만이 아니고 취약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공분도 적지 않다"며 "공분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를 오로지 장씨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서는 "장씨와 함께 피해자 방임 행위에 동조했고 장씨의 학대를 알고도 이를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분리하는 기본적인 보호 양육조치도 소홀히 했다"며 아동유기 방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