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6300억원 규모 임금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제계는 이번 판결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A씨 등 10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앞으로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민법상 신의칙을 근거로 노동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2012년 12월 짝수 달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 700%와 설·추석 상여금 100% 등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앞선 3년치를 소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급기한은 2009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4년6개월치다.
회사의 상여금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에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을 더해 모두 800%다. 회사는 이 800%의 상여금을 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했고 명절 상여금(100%)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통상임금의 법적 기준을 ▲정기성(정기적인 지급) ▲일률성(일정한 조건을 만족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 ▲고정성(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했다면 업적·성과 등과 무관하게 당연히 지급)으로 삼아온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소급분을 회사가 지불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통상임금 소급분의 총 규모는 63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번 판결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국내 조선사들의 노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통상임금 소송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 형성된 신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부가적으로 경영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