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는 16일 성명을 통해 "사측과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최종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들이 소송을 낸 지 9년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정모씨 등 근로자 10명이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변경 전 현대중공업)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2년쯤부터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로 피고의 매출과 손익 등 경영 상태가 2013년과 2014년 무렵 악화됐다"며 "그러나 이같은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피고와 같이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 내에 있고 피고의 기업 규모에 비춰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에게 추가 법정수당 및 이를 반영한 추가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심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명절상여'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씨 등은 800%의 상여금과 하기휴가비, 설·추석 귀향여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데도 회사가 이를 제외하고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했다며 2009년12월부터 2012년 12월분까지의 수당 차액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상여금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해야 한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의 기업 규모, 경영성과에 비춰볼때 원고들이 청구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1심 판결에 따라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4년6개월치 임금 소급분이 약 6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2심은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은 1심과 같이 판단했다. 다만 상여금 중 명절 상여금 100%를 제외한 700%만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며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므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면서 사측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지난해 이 사건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가 다시 소부로 배당해 선고를 진행했다.

이날 판결 선고 후 현대중 노조원들은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회사 측에는 미지급임금 지급계획을 조속히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어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인건비 부담 급증으로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입장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현장에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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