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인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지난 21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에 대해 "안기부 미화나 민주화운동 폄훼 등 의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은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 1회 장면. /사진=JTBC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역사학자인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기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회까지 시청한 바로는 '설강화'에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안기부 미화'나 '민주화운동 폄훼' 등 의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기 교수는 "가장 중요한 비난 포인트인 '운동권 학생이 사실은 간첩'이었다는 설정도 실제 드라마를 보면 좀 다르다"며 "간첩이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여주인공이 간첩을 운동권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기부 미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 설득력 없는 이유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직업이 무려 간첩이라는 것"이라며 "1980년대에 이런 설정의 드라마를 찍었다가는 아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기부에 끌려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드라마에서 운동권은 시대 분위기를 내는 소재 정도로 가볍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운동권을 비웃거나 폄훼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기부가 악명만큼 사악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폭력적이고 부정적 느낌을 주는 집단 정도로는 묘사된다"고 덧붙였다.

기 교수는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고 해도 상대를 악마화해 존재를 말살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욕을 해도 비평의 영역에서 하면 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지난 3월 기 교수는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빌미 제공 논란으로 방영 2회만에 종영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옹호했다.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인테리어와 술상에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 만두가 오르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동북공정 빌미를 제공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백성들을 아낀 것으로 잘 알려진 태종이 무고한 백성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도 등장해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존 인물에 대한 왜곡된 묘사로 전주이씨종친회와 동주(철원)최씨대종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기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은 앞으로 창작활동 위축 등 한국 사회에 큰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구마사'가 실수한 여러 가지 요소들은 결정적인 것은 아니고 소품으로 중국 음식 등이 나온 것은 제작진 해명이 이해된다"며 "의주는 한반도와 요동을 잇는 교통과 무역의 거점으로 외국인 왕래가 잦은 접경 지역이라 외국 음식이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9일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22일 오전 9시 기준 33만명을 넘는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설강화'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민주화운동 비하와 안기부 미화 등 의혹을 받아왔다. 사전 제작 과정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해당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설강화'는 지난 18일 첫 방송됐지만 방송 이후 바로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의 방영을 중단하라는 청원글의 동의 수가 22일 오전 9시 기준 33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한국은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다. 노력 없이 이뤄진 것이 아닌 결백한 다수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며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한다.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