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투자자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지수, 둘 중 어떤 것을 더 신뢰하겠는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ESG 경영 비전과 성과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지 않다 보니 균형 잡힌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ESG 평가지수는 믿을만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환경 문제 등의 심화로 ESG 경영은 글로벌 기업의 기본 의무가 됐지만 아직까지 관련 자문·평가 기관들만 난립한 채 개념 정립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의 평가방식이 국내 기업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국내 기업의 실정을 고려한 ‘K-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1년 12월 1일 발표했다. 국내·외 600여개에 달하는 ESG 평가지표로 기업들이 겪는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투자자는 물론 기업들도 어떤 기관에서 만든 ESG 평가모델·지수를 신뢰할지가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이다. 국내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을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레피니티브 등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격차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화솔루션의 경우 KCGS와 서스틴베스트로부터 A등급을 받았지만 MSCI는 BB등급이라고 평가했다. KCGS에서 A등급은 7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상위권에 속한다. 서스틴베스트의 A등급은 7단계 중 2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MSCI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MSCI의 BB등급은 7단계 가운데 5단계에 속한다. KCGS와 서스틴베스트의 평가와는 차이가 크다. 이는 기관마다 평가항목,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국내·외 ESG 평가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MSCI는 환경 부문에서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 등을 평가항목으로 삼았다. 반면 KCGS의 평가항목은 ‘환경전략, 환경조직,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 등으로 구성돼 있다. 

MSCI가 환경과 관련한 객관적 수치에 기댔다면 KCGS는 환경전략, 성과, 대응 등 주관적 지표를 포함했다. 환경이라는 한 가지 분야에서 이 같이 다양한 평가항목이 구성될 수 있다. 만약 평가항목이 비슷하더라도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평가기관들의 공통점을 찾는 게 더 어렵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ESG위원회 신설 등을 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ESG 경영을 외면하는 기업은 글로벌 투자시장의 투자를 받을 수가 없게 된다. 기업은 투자를 유치하는 입장인 동시에 다른 기업에는 투자자가 될 수 있다. 평가지표에 연연하기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ESG 경영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