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대선주자發 ‘노동이사제’ 논쟁 재격화… 재계 좌불안석
②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 한국엔 정말 안 맞을까
③노동이사제 이어 5인미만 근기법·타임오프제까지… 속타는 재계
① 대선주자發 ‘노동이사제’ 논쟁 재격화… 재계 좌불안석
②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 한국엔 정말 안 맞을까
③노동이사제 이어 5인미만 근기법·타임오프제까지… 속타는 재계
여권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나서면서 노동계와 재계, 전문가들의 각론을박이 치열해졌다. 노조의 이사회 참여로 기관의 투명성·공익성·민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과 함께 경영 간섭, 또 다른 노·사 갈등 또는 노·노 갈등을 우려하는 반대론이 맞붙고 있다. 노조의 경영 참여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견제·감시로 관료화 부작용 최소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까지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관련 입법 절차에 속도가 붙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 1~2명이 기업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1970년대부터 독일·스웨덴을 중심으로 노동조합대표 이사제나 노사공동결정제도 등으로 도입됐다. 노동이사는 환경, 산업안전 등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체계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의 경영 투명성·책임성도 제고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는 하나의 부속 기구처럼 활용됐는데 이를 견제·감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공기업은 ‘낙하산 인사’가 많아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 정치적 판결에 휘둘릴 수 있다”며 “MB 정권 시절 공기업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도 이사회 의결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사제는 정치적 결정에서 벗어나게 해 공기업의 부실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노동이사제를 통해 재벌개혁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오너 독재체제 하의 이사회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로 나아가려면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게 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대표는 회사에 애착이 많고 아는 것도 많기 때문에 총수를 견제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이사제는 기관 운영의 민주성 담보와 노사 간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도 가능하게 한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측은 이사회에서 노동자 대표에 경영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면 기업 성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은 2016년 최초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서울시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사회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점심 전에 마쳤다”며 “노동이사제 도입 후엔 노동자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논의 보따리가 좀 더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를 통해 결정된 사안은 오히려 집행력이 담보되는 효과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노동이사의 의견을 듣고 폭넓은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는 기관 또는 기업의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벗어났는데 더 큰 시련이…”
경영계는 노동이사제가 향후 민간부문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여파에서 겨우 회복한 기업들은 대선 후보들의 노동이사제 도입 언급에 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노동자 대표의 과잉 권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공공기관 이사회의 평균 인원은 10.7명으로 상임이사 2.5명, 비상임이사 8.2명이다.
최 교수는 “국내 대기업 이사 수(5~7명)와 비교했을 때 공공기관의 이사 수는 많은 편”이라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이사 2명을 상임이사로 임명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공기업은 노조이사가 접수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 부채는 2021년 544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 교수는 “지금도 노조 힘이 강한데 노동이사란 선물까지 준다면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계속될 것”이라며 “전부 국민세금으로 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노사협의회를 노동법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노사 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이동하는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독일의 노동이사제는 강제성이 없다. 그럼에도 알리안츠그룹 등 독일의 307개 기업은 노동이사제 도입 부담을 이유로 국적을 전환했다. 한국의 경우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어길 시 처벌받을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이해관계자 간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시각도 있다. 최 교수는 “은행 자산 총액의 95%는 고객 예탁금인 만큼 고객 대표도 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며 “제조업에서 4차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를 논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노동자 대표는 정규직을 대변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배제하거나 철저히 정규직 중심의 의견을 낼 것”이라며 “복지·임금 부분에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면 사업주는 청년 채용을 줄일 것이고 비정규직은 좌불안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주이익 극대화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도 노동이사제 반대 이유로 꼽힌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국내 상장 기업은 2485개로 향후 상장사를 대상으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2485개의 새로운 직책이 만들어지게 된다”며 “노동자 참여로 영업기밀 우려가 생기면 외국인 등의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가 되는 ‘근로자추천이사제’ 방식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형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유형별로 몇개의 기관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