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및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정부는 기존에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을 통해 사업장 내 안전을 관리하도록 법적인 제도를 마련했으나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중대재해법을 제정·시행하게 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내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2020년 기준 882명이며 임금 근로자 수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은 0.46으로 일본(0.16)과 독일(0.15)의 3배 수준이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주요국 대비 높은 사망률을 낮춘다는 목표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안법이 규정하는 산업재해로 기업들의 사업장, 공사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이며 중대시민재해는 특정한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대상으로 한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중대산업재해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 확보 노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올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은 지 5년 이내에 또다시 중대재해법을 위반하면 형을 2분의1까지 가중할 수 있다.
다만 무조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건 아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는 안전보건 의무의 ‘충실한 이행’ 기준이 모호하다고 반발한다. 중대재해법에는 기업이 어느 정도 조직과 인력, 예산을 갖춰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사업장별 규모나 특성을 고려해 적정한 전담조직을 갖추라고만 안내하고 있어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도 불분명하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기준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재계는 중대재해법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코스닥협회가 지난 20일 국내 7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 후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4.6%에 달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 규정의 모호성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서 입법보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