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달 28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상영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 영상 도입부에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2017년 5월 태평양 콰잘린 환초에서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체계 시험발사 영상이 아무런 설명 없이 삽입됐다. (국방부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지킨다' 영상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 당국이 최근 이례적으로 아직 개발 중인 '신무기'까지 공개하며 대북 군사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은 막지 못한 채 오히려 '과대포장'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서욱 장관 주재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지난달 23일 실시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 장면이 포함된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전력' 관련 특별영상을 상영했다. 당시 회의엔 각군 지휘관을 비롯해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도 참석했다.

이 영상은 이후 언론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되면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시스템(KAMD)의 핵심인 L-SAM 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게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국방부는 그동안 '개발 중인 무기 공개 불가'라는 공보 준칙을 유지해 온 만큼 이번 영상 공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원칙도 있지만 여러 상황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민적 안보 불안이 제기된 시점에서 그동안 국방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내부 결론에 이르렀다"고 영상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내 군 당국의 해당 영상 공개를 놓고 '섣불렀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통상 대공 요격유도탄 개발은 성능시험을 완료 뒤 표적 요격시험을 진행하는데, L-SAM은 5회 예정된 비행 성능시험 중 현재 3회까지만 완료된 상황이다. L-SAM의 지난달 23일 시험발사 또한 표적을 상정하지 않은 비행 성능시험이었다.

군은 올해 3~4회 정도 표적 요격시험을 실시한 뒤 내년 하반기 전체 성능에 시험평가를 시작하고, 2024년 말 체계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L-SAM 전력화를 위해선 앞으로도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단 얘기다.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유도탄 비행시험 (국방부 유튜브 캡처) © 뉴스1

심지어 해당 영상은 언론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조작' 논란에도 휩싸이기까지 했다. 군 당국이 수뇌부에 상영한 영상 중 L-SAM 소개 도입부에 5년 전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이 태평양 콰잘린 환초에서 실시한 다른 무기체계 실험 영상을 별다른 설명 없이 끼워 넣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극적인 연출을 하려다보니 미국 측 영상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추후 일반에 공개한 영상엔 해당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군 당국의 이번 L-SAM 영상 공개 등 '설익은' 조처가 오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소셜미디어(SNS)에 '(L-SAM)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발사 성공'이라고 쓴 뒤 국방부가 영상을 공개했다"며 "군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청와대가 얘기하고 여당 대선후보도 강조하고 있는 무기를 갑자기 띄워준 건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수도권 방어를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제안 맞서 '사드 대신 L-SAM 조기 개발 후 배치가 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이 예상하고 있는 L-SAM 전력화 시기는 2027~28년으로서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도 빠듯하다.

국방부는 앞서 전국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한국형 아이언돔'이라고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시험 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나 LAMD는 공식적으론 아직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존재하지 않는 무기'다. 국방부가 공개한 관련 영상엔 LAMD 발사대와 레이더, 교전통제소 모습도 찍혀 있었으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유도탄 비행시험 (국방부 유튜브 캡처) © 뉴스1

지난달 23일 L-SAM 시험발사와 함께 실시된 LAMD 시험발사는 탄 자체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비행시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군 당국이 LAMD 개발에 공식 착수할 경우 비행 중 표적을 대상으로 요격하는 시험은 2025년에나 이뤄질 전망이며, 개발 완료 시점은 앞으로 14년 뒤인 2030년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무슨 의도로 이들 무기를 공개했는지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며 "이번에 공개한 무기들이 마치 곧 전력화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군의 이번 신무기 영상 공개는 북한이 지난달 27일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하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급 발사체를 쏜 뒤 정부가 '강한 국방'을 강조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지난달 28일 육군3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서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고 있지만 우린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어떤 위협도 빈틈없이 막아낼 방어체계도 든든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정부가 그동안 국방력보다는 대화를 외치며 북한에 손을 내밀다 안보문제가 부각되니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올 들어 이달 5일까지 총 9차례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면서 남북한 및 북미 간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렸던 2018년의 '평화 분위기'는 옛말이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북한이 5일 쏜 MRBM 추정 발사체와 관련해선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예의주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달 5일 미사일 발사 또한 지난달 27일에 이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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