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으로 끝내지 말고 오늘 나온 내용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제도화하는 데까지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무봉 전 육군 소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산 스케일업 과제: 기술인재 활용과 패키지 지원' 제하의 토론회를 참관한 뒤 이같이 말했다.
[시대]와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 겸 더불어민주당 방위산업특별위원장인 김병주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시을)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지난 4월16일 개최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시대포럼의 두번째 후속 숙의 토론회다. 첫 번째 숙의 토론회가 드론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래 전장의 변화를 짚었다면 이날은 방산 기술인재 확보와 활용, 방산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지원 체계에 초점을 맞췄다.

현장의 열기는 시작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개회 30분 전부터 육군, 방위사업청, 한국국방연구원(KID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카이스트(KAIST) 등 산·학·연·군과 정치권의 방산 베테랑들이 속속 집결했다. 참석자들은 쉴 새 없이 명함을 주고받으며 앞다퉈 인사를 나눴다.
발표가 시작되자 장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석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북에 메모를 빽빽이 적어 내려가면서 강연에 몰입했다. 특히 반짝이는 눈빛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과 자료집을 번갈아 훑던 청년들은 발표자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스마트폰을 들어 발표 화면을 카메라에 담거나 "집에 가서 복습해야겠다"며 녹음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토론회는 예정된 종료 시간인 11시30분을 훌쩍 넘어 정오를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2시간이 넘는 토론이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은 선뜻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군 관계자인 이모씨는 "국가 현안을 다루는 엄중한 자리에서 '재미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매우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정도 수준의 전문가들을 모셔놓고 깊이 있는 진단을 나누기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며 "깊은 논의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예고에 없던 손님도 깜짝 등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유 의원은 자리에 앉아 포럼 자료집을 꼼꼼히 훑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회자의 권유에 마이크를 잡은 유 의원은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 총장을 향해 "오늘 발표를 살펴보니 역시 통찰력이 돋보였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는 육·해·공군 등 군 조직 외에도 이 총장님이 이끄는 '제4군'이 있다"며 이 전 총장을 "가장 든든한 민간 우군이자 '과학사령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발언에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 의원은 김병주 의원이 추진 중인 방산 패키지 법안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의원은 "김 의원이 법률안 6개를 묶은 방산 패키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공동 발의를 제안해 왔다"며 "방산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법안의 취지에도 깊이 공감해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논의된 다양한 제안과 아이디어를 국회 입법 및 예산 심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K방산 수출의 '여의도 1호 영업사원'으로서 최적의 마케팅 세일즈맨으로 열과 성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 전 총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숙의가 이어졌다. 패널 토론에는 이상언 동행미디어 시대 편집국장,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이경훈 방위사업청 방산중소기업지원과장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기술인재 확보부터 숙련 인력 지원, 방산 수출과 중소기업 스케일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제에 대해 각자 대안을 꺼내놓았다.
특히 이상언 편집국장이 이공계 인재를 국방기술 연구부대로 '집적'하는 병역특례 제도 개편안을 제안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등 큰 호응으로 보였다. 이 국장은 "현재 병역특례 인력은 일반 기업의 노동력에 머물 뿐 국방기술 전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체복무 인원 중 방산 분야 배정은 1% 미만이고 이마저 88개 업체와 연구기관에 분산돼 기술 축적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킹·소프트웨어(SW)·과학 등 기술 특기를 검증해 선발한 인재를 국방기술 분야에 집중 배치하는 별도 트랙 신설을 제안했다.

토론회의 열기는 현장 참석자들의 생생한 소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방산 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행사장을 찾았다며 "방산 전반에 관심이 있어 참석했는데 모든 일에서 사람이 중요하듯 군사 분야 역시 인재가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뜻깊은 포럼이 더 널리 알려져 많은 분이 함께 참여하면 좋겠고 상설 논의체가 형성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결국 '좋은 제안을 어떻게 현실로 옮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모였다. 발표와 토론에서 나온 유의미한 아이디어를 실제 법과 예산, 제도로 완성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20대 참석자 이씨는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K방산이 지닌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특히 핵심 인재 확보와 육성이 K방산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에서도 이 중대성을 인지해 실제 법안 발의와 실용적인 인재 활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30대 한씨는 K방산에 대한 '조용한 지원'이라는 화두를 가장 기억에 남는 포인트로 꼽았다. 한 씨는 "언론이나 정부 모두 방산 성과를 과시하듯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 등 외국과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방산이야말로 오히려 조용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다"며 "그 관점이 매우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시각이 정부 정책 과제나 기조에 잘 반영된다면 대한민국 방산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말 그대로 미디어가 제 역할을 다한 토론회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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