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고 나섰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타면서 효과가 상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45센트(0.42%) 오른 배럴당 108.2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0.69% 오른 배럴당 110.90달러에 마감했고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역시 1.8% 오른 106.66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원유 수입 중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EU는 최근 6개월 이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연말까지 정제 제품 수입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월에 이어 6월에도 원유 증산량을 하루 43만2000배럴로 유지하면서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증산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수입처를 모색하기 시작하면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통상 2~3주 간격을 두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오른다.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며 국내 기름값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정책효과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7월까지 3개월 동안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현재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로 휘발유 기준 리터당 83원의 추가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31원으로 인하폭 확대가 적용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1975원)보다 44원 하락, 기대효과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국 주유소의 80%를 차지하는 자영 주유소들이 기존 재고분을 먼저 정리한 후 가격 인하분을 적용하려다 보니 예상보다 인하폭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추후 국제유가 상승분이 기름값에 반영하면 유류세 인하율 확대 효과가 상실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탄력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한다. 탄력세율은 경기 상황에 따라 정부 조정하는 세율로 이를 적용할 경우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37%까지 늘릴 수 있다.
여당에서도 탄력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달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한다고 발표하자 "국민들은 물가 걱정에 시름 하는데 회계기금에 여유자금을 쌓아놓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법정 최대치인 37%까지 추가 인하를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