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정우영 씨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는 김동연 당선인. / 사진제공=경기도지사직인수위

자타공인 경제전문가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승리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김 당선인이 연일 여야 구분없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잠룡 부각 전략'으로 해석한다.

일정 중에는 봉하, 양산을 잇따라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는 등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의원과 묘하게 대비되는 모습도 엿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김 당선인의 공식 일정 중 서울, 인천, 충청, 경남 등 '탈(脫)경기' 사례가 거의 매일 한 차례 이상 포함된 점도 당선 지역 일정을 주로 소화하는 다른 광역단체장 당선인들과 다른 모습이다.

김 당선인은 문재인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했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경기도지사가 됐지만 민주당 색깔이 옅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체성을 강조하는 일정이 자주 눈에 띈다.

연일 '脫경기'…김동연이 달라졌다?

김 당선인은 14일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김 당선인은 만남 후 "문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에 대한 말씀과 갈라져서 서로 간에 반목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통합의 정치에 대한 말씀을 줬다"고 전했다.


앞서 그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눈물을 훔쳤다. 방명록에는 "노무현 대통령님 뜻 받들어 사람 사는 세상 경기도부터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이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지난 13일 차기 대권에서 상대 진영의 잠재적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만났다. 민주당 당직자는 "국민의힘과 늘 대립하던 전형적인 민주당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협치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인물이 민주당에도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봤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고, 여당 인사를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에 참여시키는 결정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사구시'를 강조한 정약용의 생가 방문을 당선 후 초반 일정에 포함한 것 또한 탈이념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경제전문가 김동연의 연일 정치행보는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도지사직은 5개월째 비어있고 국가 경제신호등에는 빨란불이 켜진 상화이다. 또 물가와 화물연대 파업 등과 같은 상황에서 김 당선인이 당선과 함께 시급한 현안부터 챙길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깬 행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국민희힘 도의원 한 당선인은 "국가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너무 정치적인 해보를 하는 것 같다"면서 "경제전문가 다운 행보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통성' 확보? 중도 이미지 구축?

일각에서는 김 당선인의 이러한 행보 뒤에는 극적인 역적드라마를 쓴 김 당선인의 정치, 행정, 통합 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민주당에 입당, 4개월 만에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차기 대권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민주당 정치교체위원장도 맡고 있는 김 당선인은 민주당의 구태정치를 지적하며 정치개혁 의지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그는 당선 후 첫 일정으로 남양주 다산 정약용 선생 생가를 방문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반성이 부족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국민들이 제게 거는 기대는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 수 있는 견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솔선수범해 앞장서 변화와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방문 행사를 두고도 당내에선 정치적 해석이 붙는다. 김 당선인은 천안지원에 있는 정봉모 초대 천안지원장 흉상을 찾아 추모했다. 정 전 지원장은 부인 정우영 씨의 할아버지다. 김 당선인 부부는 모두 충청 출신이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행보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 당선인의 행보는 당내 정통성을 다지는 동시에 정치인으로서 중도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정치인의 세력과 이미지는 오랜 시간 축적돼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정치적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