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 플레이그램이 한컴MD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주 매입에 한컴MDS 주가의 3배인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소모성자재구매 기업 '플레이그램'이 지난 5월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 계열사 한컴MDS와 종속회사의 주식 약 286만주를 10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컴MDS 주가가 1만원대인 상황에서 한 주당 시장가의 3배를 지불하겠다는 말이다. 적자를 6년째 거듭하고 있는 기업으로선 의문이 남는 행보다. 이처럼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인수는 소액주주들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컴은 지난 5월20일 플레이그램과 한컴MDS를 비롯한 한컴인텔리전스·한컴로보틱스·한컴모빌리티·한컴텔라딘·스탠스·해외법인 등 총 11개 자회사의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의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결정' 항목을 보면 양도가액은 1050억원이고 양수주식수는 286만4477주다. 양도가액을 양수주식수로 나누면 플레이그램의 한컴MDS 1주당 인수가는 약 3만6600원이다. 지난 13일 한컴MDS 종가가 1만2000원에 마감된 것을 감안하면 시장가격의 3.3배를 주고 지분을 매입하는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결과겠지만, 매수 가격이 매우 높다. 코스피 혹은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팔때는 공시된 주가로 거래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 시에는 주식 한 주당 웃돈이 붙는데 이를 경영권 프리미엄이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유독 국내에선 높게 형성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대주주의 이해 관계를 우선하는 경영진, 독자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운 이사회가 존재하고 이를 제재할 법적 기반이 미비한 탓이다. 30% 남짓한 지분율로도 한 기업의 경영진, 이사회 등 주요 거버넌스를 장악할 수 있어 그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다.

빚내서 인수자금 마련하는 플레이그램… 지나친 경영권 프리미엄 '우려'

플레이그램이 한컴MDS를 인수하면서 빚까지 내고 있다. 이 가운데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한 의문 부호가 달린다. /사진제공=한글과컴퓨터

통상 주식 매입이 어렵거나 수익성이 분명하다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가며 인수에 나선다. 하지만 한컴MDS 주식이 현재 한글과컴퓨터와 자사주를 합친 물량(지분율 약 40%)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충분히 풀려있다. 여기에 플레이그램은 6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16년 영업적자 3억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 규모가 계속 증가해 2020년 영업적자가 23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는 다소 줄어 영업적자가 15억원으로 나타났다.

인수자금이 부족해 빚까지 내는 형편이다. 플레이그램은 지난 5월 26일 100억원, 지난 4일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기타 금융자산과 기타 유동자산 그리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합쳐 조달하는 550억원을 뺀 나머지 200억원도 차입금(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한다는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특히 경영권 프리미엄이 시장가격의 3배를 주고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지난달 28일 최대주주 금성축산진흥이 보유지분 전량인 420만주(지분율 10.14%)를 이엔플러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당시 매각 금액은 총 150억원, 주당 가격은 3571원이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의 지난 12일 주가 1555원(종가 기준)의 2배가 넘는다. 이는 업계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한컴MDS의 경영권 프리미엄에는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거래 가격보다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면 피해는 곧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주주환원 정책 축소 또는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비용을 회수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지급해 회사 실적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는 곧 주가 하락으로도 이어지는데 일반 주주들은 지배주주가 변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기업가치 하락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은 매각 과정에서 아무런 혜택 없이 배제된다.

때문에 소액주주 보호 제도인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기업 인수자가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면 소액주주의 주식도 동일한 가격으로 인수 제의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지난 1997년 도입됐지만 외환위기 직후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급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