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17일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포항제철소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역대 최고 실적 달성, 미래 사업 투자,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포스코그룹을 이끌어온 최정우 회장의 경영 행보가 포항제철소 침수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회장은 공장 침수 직후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정상화에 힘쓰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소환되고 중도 퇴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는 오는 10월4일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산자중기위 소관 기관들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인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예상되는데 최 회장이 출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풍 힌남노로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첫 출선 이후 49년 만에 공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된 포항제철소가 포스코그룹 회장 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정부가 포항제철소의 수해 원인 규명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갖는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지난 14일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TF 가동' 브리핑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번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포스코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고 본다. 그동안 성과를 보여준 최 회장이 정권교체에 따라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포스코그룹 9대 회장인 최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핵심사업을 구조조정해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켰다. 덕분에 포스코는 물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도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는 포스코홀딩스의 신용등급을 10년 만에 상향했다.

최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부터 실적 연계 배당 정책을 도입해 주당 8000원~1만원 수준으로 지급하던 배당금을 지난해 1만7000원으로 상향 지급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주당 8000원을 배당했으며 지난달에는 이사회를 열어 18년 만에 약 261만주(672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리튬, 니켈, 리사이클링 등 원료, 소재사업을 수직계열화해 이차전지 소재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7월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사업 밸류데이를 열고 2030년까지 리튬 30만톤, 니켈 22만톤, 양극재 61만톤, 음극재 32만톤을 생산해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매출액 4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침수는 불가피한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고"라며 "포스코가 사전에 방재 대책을 마련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한편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들은 정권교체에 따라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스코홀딩스 최대 주주는 지분 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이 지분을 바탕으로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