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특수를 누려온 기업들에게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주요 먹거리였던 코로나19 관련 제품들의 매출이 급감해서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팬데믹 기간 때의 실적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3분기 코로나19 특수를 보였던 진단·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이 줄하락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기업 씨젠은 올해 3분기 매출액 1508억원, 영업손실 3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50.6% 줄었고 영업이익은 1286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씨젠의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방역정책 완화다. 씨젠은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기반으로 2020년 초부터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 각국이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각국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풀었고 해외여행을 위한 출입국 전 PCR 검사 의무화 제도도 완화됐다.
진단기업 수젠텍은 올해 3분기 씨젠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74.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 악화와 함께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은 제품 재고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씨젠은 3분기 적자전환의 원인으로 재고 자산의 손실 반영을 꼽았다. 씨젠 관계자는 "진단키트 재고에 충당금 681억원을 설정하면서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생산해 놓은 제품들을 유효기간이 남았음에도 선제적으로 충당금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젠텍도 재고자산의 규모가 컸다. 수젠텍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수젠텍의 재고자산은 322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말 107억원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액은 35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보다 11억원가량 늘었다. 수젠텍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에 대비한 국가 요청에 따라 일정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판매의 특수 효과를 누려온 SK바이오사이언스의 3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91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8% 줄었다. 영업이익도 78.7% 줄어든 214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을 위탁생산(CMO)했다. 지난해 매출 규모가 1조원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 감소와 지난해 12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CMO 계약 종료 등이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국내 최초로 개발해 지난 6월 허가받은 토종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성적도 아직 주춤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은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씨젠은 소화기감염증(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등 코로나19 이외의 진단 제품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씨젠 관계자는 "완전자동화 검사시스템 'AIOS'를 전 세계에 설치하고 PCR 생활검사 캠페인을 확대해 PCR에 대한 수요 기반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부터 주요 캐시카우인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을 재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탓에 한시적으로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했으나 생산라인을 재정비하고 본격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제품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실적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차기 주력 사업에 따라 실적 회복 속도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