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로 병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 65개 병원에서 선발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201명 중 지원자는 33명에 그쳤다. 사진은 13일 오후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잠정 중단한 가천대 길병원 모습./사진=뉴스1

아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전공의가 부족해지면서 대형병원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공의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내년 2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대형병원들이 소청과 전공의 부족 사태에 애를 먹고 있다. 15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수련병원 67곳의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율은 16.4%(정원 201명·지원 33명)에 그쳤다. 2019년 소청과 전공의 모집율이 80%로 처음 미달된 이후 2021년 27.5%까지 떨어졌고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 빅5도 전공의 모집 미달

이른박 빅5로 불리는 5곳의 상급종합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아산병원만 소청과 전공의 모집인원 8명에 지원자 10명으로 정원을 채웠고 가톨릭중앙의료원(7.7%) 삼성서울병원(50.0%) 서울대병원(71.4%) 세브란스병원(0%) 등은 전공의 지원이 미달됐다. 지난 9일 대한소청과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초저출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진료량이 40%나 줄면서 1차 진료체계가 붕괴됐다"며 "필수의료인 소청과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최악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병원들 사이에선 소청과 진료를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천대 길병원은 12월부터 소청과 전공의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내년 2월까지 중단했다. 지난 10월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소청과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두 병원 모두 올해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 실패했다.

서울권 대형 병원들은 지방에 비해 나은 편이다. 소청과학회에 따르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은 올해 기준 서울 12.5%, 지방 20%다. 지방병원 5곳 중 1곳은 소청과 전공의가 없다는 의미다. 지방 거점진료 수련병원은 전공의 부재로 내년부터 소아의 응급진료나 입원 진료량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청과학회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지 않으면 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내년에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32%, 2024년에는 60%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라지는 소청과 병원들 … 학회 "정부 대책 시급"

소청과 개원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소청과 신규 개원은 93곳이 이뤄졌으나 폐업은 120곳이나 됐다. 이런 현상은 2년째 이어지고 다. 2020년에는 154곳의 소청과 의원이 폐업했고 신규 개원은 103곳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선 존폐 기로에선 소청과가 살아나려면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청과학회는 ▲중증도 중심 2·3차 진료 수가와 진료 전달체계 개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지원 및 장려 정책 시행 ▲수련병원 인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의 중심 진료 ▲1차진료 수가 정상화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 상설 부서 신설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