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다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메디톡스 본사. /사진=메디톡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및 제조공정 도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에서 서막을 승리로 열었다. 1심 재판부의 주문은 일부 승소였지만 사실상 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된다면 국내 일부 보툴리눔 톡신 기업의 균주 출처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메디톡스가 이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소송전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다른 기업들을 향해서도 소송의 칼날을 겨눌 가능성이 크다.


메디톡스는 지난 10일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청산가리보다 6억배 이상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독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자연 상태에서 균주를 확보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의 한 마굿간 토양에서, 휴젤은 부패한 통조림에서 각각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휴온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 바이오토피아(현 휴온스 내추럴)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분양받았는데 바이오토피아는 국내 여러 토양 샘플에서 균주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메디톡스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균주를 분양받았다.


메디톡스는 이미 2022년 3월3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휴젤과 휴젤 미국 자회사 휴젤 아메리카, 파트너사 크로마 파마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기술 등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제소한 상황이다.

대웅제약과 1심 소송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둔 메디톡스가 자신감을 토대로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 기업으로 성장한 휴젤을 상대로 국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송전 확대? 아직 2심, 3심 남았다

다만 아직 판결이 확정된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메디톡스가 섣불리 소송전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합의로 소송을 종결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2심, 3심까지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상급심에서 어떤 선고가 나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웅제약도 1심 판결 선고 직후 즉각 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메디톡스가 처한 상황도 눈여겨봐야 한다. 메디톡스는 지난 8일 보유하고 있던 에볼루스 주식 218만7511주(3.94%)를 처분해 현금 약 232억원을 손에 쥐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 글로벌 파트너다. 메디톡스는 주식 처분 목적을 경영 효율성 제고라고 설명했는데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가 현금을 확보한 것은 최근 중국 파트너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메디톡스의 중국 보툴리눔 톡신 사업 파트너 블루미지 바이오테크놀로지(블루미지)의 자회사 젠틱스는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메디톡스를 상대로 7억5000만홍콩달러(1184억원·원/홍콩달러 환율 1월19일 기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가 블루미지와 합작법인(JV) 메디블룸 차이나 설립 계약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중국 내 품목허가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블루미지가 메디톡스와 협력 관계를 종료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메디톡신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품목허가를 받지 못했다.

메디톡스는 JV 설립 계약조항에 위반사항이 없다고 보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이 걸린 만큼 소송 위험을 키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