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 잔치' 행태를 지적하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은행원의 성과급이 논란이 됐다. 은행권이 고금리 기조에 손쉽게 수익을 내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로 뛰어오른 가운데 이자 장사로 수익을 낸 은행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2021년 성과급은 1조709억원에 달한다. 5대 은행의 성과급은 ▲2017년 1078억원 ▲2018년 1조1095억원 ▲2019년 1755억원 ▲2020년 1564억원으로 지난 5년간 매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1조원대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농협은행은 1518억원, 국민은행은 3988억원, 하나은행은 65억원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한 바 있다.
대통령의 이자장사 지적에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날을 세우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성과보수 체계를 비롯한 내부 통제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아울러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은행의 상생금융도 강화해 저금리 대환과 고정금리상품 확대뿐만 아니라 금융사들의 사회공헌활동 등 적극적 역할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수일간 해외 선진 금융사 내부 통제를 살펴보기 위해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등지로 출장을 간다.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가 해외에서 도입된 성과보수 체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국내에선 금융사 임직원들이 순이익이나 주가 혹은 사옥 매각 등 단기 성과나 일회성 요인으로 성과급을 받지만 해외에선 성과보수를 이연 지급해 장기 성과를 살펴본다. 각종 컨설팅과 계약으로 해당 연도 이익이 올라가도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살펴보고 성과보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성과보수체계가 '지배구조법'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은행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 손실 가능성과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토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후보는 전날 "금융권은 이자장사로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 듯 즐길 때가 아니라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할 지혜를 함께 모색해야 하는 초유의 위기상황"이라며 "은행권도 '사회적 공공재'로서 역할을 적극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8년 전 연봉 30% 반납… 청년실업→서민 고통 해결하나
논란의 핵심인 은행의 '공공재' 역할은 국내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화두로 떠올랐다.지난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이 불안정할 때 5대 금융지주는 구원투수로 나서 95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며 자금경색 현상을 잠재우기에 나섰다. 총 유동성 공급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가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이 10조원이다.
그 결과 지난해 5%에 달하던 채권금리는 최근 3%대까지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7일 5.107%에서 지난 10일 3.598%까지 하락했다.
2015년 청년고용 절벽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을 때 국내 금융지주 회장은 연봉의 30%를 자진 반납해 신규 채용 재원으로 돌리기도 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와 경영진의 연봉에서 총 70여억원을 반납했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임금 나누기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통계청이 조사한 청년 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3.7%)의 2.5배 수준에 달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실업률은 6.4%로 올라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에도 금융당국이 은행의 보수체계와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한 만큼 수억원에 달하는 금융지주 회장의 보수가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서면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보수가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액연봉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급여 3억6900만원과 상여 7억900만원 등 10억7900만원을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7억7400만원을 받았다. 급여 4억2500만원과 상여 3억4900만원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급여 4억5000만원과 상여 2억원 등 6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8억39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3억5000만원에 상여금 4억82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5대 은행이 기본급의 300~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바 있어 경영진의 연봉은 전년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성과급 체계와 문제로 거론된 만큼 수억원을 받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반납 등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