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라며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경쟁 무풍지대로 불리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과점체제를 허물고 시장참여자의 시장 진입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금융권에선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공공·에너지 요금, 통신·금융비용 등 4대 민생분야 지출 부담 경감과 취약계층 지원 강화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금융업계에 취약계층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금융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많이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정책을 민생에 초점을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며 "장관들께서도 어떻게 하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을지 밤낮없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4번째 인터넷은행 나올까… 금융규제 문턱 내려간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거나, 금융지주 회사가 산하 비금융 계열사에 자금을 몰아주는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한국에는 1982년 은행법에 은산분리 규정이 명시되면서 관련 규제가 탄생했다. 현재 특례를 받는 인터넷은행을 제외하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핀테크 업계 등에선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금산분리 규정을 완화해 산업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완화를 주요과제로 논의했다. 주로 금융자본이 IT, 부동산,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비금융자회사 허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지주,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은 각종 금융규제로 불리한 환경에서 빅테크(대형 IT기업)와 경쟁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건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 등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구축해 상반기 중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과 IT 업계 간 영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인가 단위를 작게 쪼갠 '스몰 라이선스'가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를 기업 대출 부문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외에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신규 외국계 은행 유치 방안도 거론된다. 은행 간 금리경쟁을 유도해 실질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은 5대 금융지주 체제 5대 은행이 중심인 과점체제가 형성됐다"며 "인터넷은행 등 신규 플레이어가 금융시장에 진입하면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편의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