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차기 대표 선임을 두고 여권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이사회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KT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KT가 대표 선임을 일정대로 치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이사회가 선정한 최종 후보군을 두고 여당과 대통령실의 연이은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T는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변동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7일 차기 대표 최종 후보 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29일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앞서 추려진 KT 전·현직 4명 모두 여권이 반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최종 후보에 자사 출신 전·현직 임원만 선정한 것을 두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차기 대표 경선에 도전한 33명을 심사한 끝에 면접심사 대상자로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 4명을 선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나고 '결국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박성중, 권성동, 김영식, 윤두현, 하영제, 허은아, 홍석준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 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며 "KT는 기간통신사업자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원들은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발동해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대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정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더불어민주당)은 "민간기업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권력의 불간섭·불개입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공정의 진정한 의미"라며 "정부와 여당 정치권이 간섭·개입하려는 구태적 음모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낙하산 CEO 투입을 획책하는 것은 범죄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는 대표 선임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주주총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설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읽힌다.

통신업계는 주주 가치를 위해서라도 이사회가 흔들림 없이 이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정치적 입김에 시달리는 사이 KT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지난해 12월27일 3만63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다음날인 28일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차기 대표 단독 후보로 결정된 일을 두고 "경선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하자 곧바로 3만3850원까지 내려갔다.

구 대표가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난 지난 2월23일 또 다시 3만1700원으로 하락했다. 24일 3만45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27일은 2만9950원으로 3만원대까지 무너졌다. 이후 최종 면접후보 4인이 발표됐음에도 여권과 대통령실이 이를 비판하자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