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며 차세대 기술로 꼽힌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겼다. 사진은 모더나 본사.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건강한 분변으로 사람을 치료… 마이크로바이옴 전성시대
②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타격… ADC 뭐길래
③코로나로 유행 탄 mRNA, 모든 질병에 도전장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중에게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인식됐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다른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로 mRNA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은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mRNA를 안정적으로 합성하는 캡핑,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 등의 필수 기술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분주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mRNA 의약품 시장 규모가 2030년 377억6000만달러(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mRNA는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정보를 담아 체내 세포로 전달하는 매개체다.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mRNA를 체내에 투입함으로써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체계를 구축하게 한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을 발판 삼아 mRNA 기반 암 예방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사진=뉴스1

모더나, 세계 최초 mRNA 기반 코로나 백신 개발… 이제는 암 백신

mRNA 백신은 바이오텍에 불과했던 모더나를 단숨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세계 최초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020년 8억달러(1조1000억원), 2021년 185억달러(24조5000억원), 2022년 193억달러(25조6000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하지만 올해 매출 규모는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를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고 있고 지난 5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 4개월만에 코로나19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조치를 해제해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모더나도 지난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에서 2023년 약 50억달러(6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모더나는 화이자와 함께 다른 기업보다 풍부한 mRNA 기술의 상용화 경험을 앞세워 새로운 mRNA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이후 세 번째 mRNA 백신도 모더나가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mRNA 백신 후보물질은 흑색종(피부암의 일종) 예방백신으로 개발 중인 mRNA-4157/V940이다. 모더나는 지난 4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mRNA-4157/V940과 글로벌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투여로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에서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한 흑색종(피부암의 일종) 환자의 79%가 18개월이 지나도 암이 재발하지 않고 생존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mRNA-4157/V940과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했을 때 암 재발율을 키트루다만 투여했을 때보다 44% 낮춘다는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모더나는 올해 말 mRNA-4157/V940의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획득을 위한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흑색종을 넘어 비소세포 폐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2030년까지 암 예방백신은 물론 심혈관과 자가면역질환 예방백신을 출시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여기에 기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와 독감, 호흡기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등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범호흡기 질환 백신 후보물질 mRNA-1230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mRNA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mRNA와 관련한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한 임상개발 중이다. 사진은 경기 안산 반월에 있는 에스티팜 R&D 이노베이션 센터. /사진=에스티팜

코로나 백신 속도전 뒤진 K-바이오, mRNA 기술 확보 박차

국내서는 에스티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mRNA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mRNA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필수 기술이 필요한데 모더나의 경우 mRNA 관련 필수 기술들에 대한 특허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4억달러(5300억원)를 지급했다. 추가로 매출에 따른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티팜은 자체 개발한 mRNA 관련 기술 검증에 나서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두 종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해 자체 개발한 캡핑 기술인 스마트캡과 LNP 기술(에스티LNP· 스마트LNP)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 중이다. 이들 기술의 검증에 성공한다면 기술 사용에 대한 특허 사용료 부담이 없어 CDMO 수주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다.

여기에 에스티팜은 스위스 바이오 기업 제네반트에서 최대 1억3375만달러(1500억원)에 도입한 LNP도 보유하고 있다. 제네반트의 LNP는 모더나와 화이자도 사용하고 있어 안전성과 효력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mRNA 의약품 CDMO 사업 수주는 한층 유리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뒤늦게 mRNA 의약품사업에 뛰어든 만큼 자체 개발보다 검증을 마친 기술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mRNA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른 바이오 기업과 특허 사용계약을 체결해 캡핑, LNP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들을 활용해 mRNA 기반 일본뇌염 백신과 라싸열 백신을 개발 중이며 연내 일본뇌염 백신의 임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RNA 플랫폼 구축을 위해 CEPI(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로부터 최대 1억4000만달러(200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서도 200만달러(28억원)를 지원받았다.

차세대 mRNA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정한 만큼 해당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의 인수합병(M&A)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미국에 있는 기업의 M&A를 검토 중이다"며 "이르면 연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mRNA 플랫폼 확보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1개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R&PD 센터 조감도.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