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CG 2019 제공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이자 국내 부호 4위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소송이 지난 9일 면접조사기일 진행으로 본격화됐다. 기업 성장과 재산 형성 등이 혼인 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재벌가 이혼과는 다른 양상을 띠며 주목받고 있다. 기업에 대한 배우자의 지분이 인정돼 '세기의 재산분할'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11월 배우자 이화진씨는 권 CVO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스마일게이트 지분 절반을 요구했다. 창업 및 기업 성장 과정에서 이씨의 기여가 컸다는 것이 이유다.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가치가 10조 원대인것을 감안하면 이 씨가 요구한 분할가액은 약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주 상산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동문으로 알려진 권 CVO와 배우자 이씨는 2001년 결혼 후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공동 창업했다. 창업 당시 권CVO는 지분 70%, 이씨는 지분 30%를 출자하며 초기 자본금을 마련했다. 회사의 설립과 성장 배경에 이씨 친정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씨는 2002년 7~11월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 2005년 3~12월 이사로 재직했고 이후 육아에 전념하며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다.

2010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권 CVO는 자신의 지분 일부와 이씨 지분 전량을 중국 기업 텐센트에 매각했다. 텐센트는 스마일게이트 대표작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흥행을 함께 한 파트너다. 권 CVO는 이후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를 설립하고 2012년에는 텐센트에 팔았던 스마일게이트 지분 전량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명의로 되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이씨 지분이 권 CVO에게 넘겨진 형태가 됐다.

'자수성가형' 재벌의 이혼… 조 단위 재산분할 소송에 관심↑

권혁빈 CVO는 아내와 함께 기업을 설립한 '자수성가형' 재벌이라는 점에서 역대급 재산 분할이 이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재산분할로 권 CVO의 보유 지분이 변동되면 1인 체제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단 분석이다.


기존 재벌가 이혼 소송에선 특유재산(결혼 이전에 형성됐거나 증여, 상속 재산)이 재산 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간의 관심을 받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이혼 소송 1심 판결에서 서울가정법원은 최 회장의 SK 주식 절반(약1조2200억원)을 분할해달라는 노 관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전부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위자료 1억원과 현금 665억원만 인정했다.

해외 재벌 이혼 소송에선 배우자의 기여도에 따라 그룹 지분이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

결혼 후 창업해 성공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이혼시 보유주식의 25%가량인 약 360억달러(약40조원)을 배우자 메킨지스콧에게 지급했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의결권은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27년인 것과 유책사유가 제프 베이조스에 있는 것도 재산분할시 고려됐다.

2021년 이혼한 빌게이츠 부부도 27년의 결혼생활 마치면서 175조 재산 분할에 합의했다. 분할 관련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법원은 두 사람의 합의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20년이 넘는 혼인 생활을 이어왔고 결혼 후 회사를 설립해 성장시킨 점에서 권 CVO의 경우가 제프 베이조스나 빌 게이츠의 이혼 모델과 유사하단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 재계에서도 조 단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스마일게이트의 지배 구조 변동을 우려해 주식 대신 현금지급 방식 등으로 재산분할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