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대법원이 현대차 노동조합원들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조합원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일맥상통한다며 관련 입법을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란봉투법이 통과되선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조합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1심과 2심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4명의 책임을 인정하고 20억원 전액을 노동자가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결과가 뒤집혔다.


판결 직후 사실상 법원이 노란봉투법의 논리를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 제3조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 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계는 "대법원의 논리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 중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과 일맥상통한다"며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을 반대해온 경영계는 비상이다. 대법원 판결 직후 곧바로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대법원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사법권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20일 또다시 공동성명을 통해 법원을 재차 비판했다.

경제6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불법쟁의행위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조합원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판례법을 창조하고 있다"며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아주 예외적인 대법원 판례를 불법쟁의행위에 인용한 꼼수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로 불법행위와 손해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져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 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노사관계를 파탄내는 판결이 속출하면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며 "기업들이 부디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법원은 공정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본연을 기능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