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에 설치된 댄 리 작가의 작품. 2024.2.16/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에 설치된 댄 리 작가의 작품. 2024.2.16/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트랜스-논바이너리(trans non-binary) 작가인 댄 리가 아트선재센터에 생태시스템을 구축했다.
1층 더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울금으로 노랗게 염색한 직물들이 전시장을 둘러싸고, 그 안을 새싹과 버섯종자가 자라나는 흙더미, 국화와 삼베, 면포로 만든 행잉 구조물, 쌀과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옹기들을 배치했다.

이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형태가 바뀐다. 마치 삶과 죽음의 사이클 안에 놓인 것처럼 말이다.


부패와 발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은 이 순환과정을 촉진시키는 협업자로 활약한다.

중정에 위치한 한옥 안에서는 또 다른 생태시스템이 펼쳐진다. 부정을 막기 위해 걸어 놓는 금줄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새끼줄, 국화, 그리고 옹기를 사용해 대들보에서 내려오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놓인 옹기들 안에서는 발효되는 막걸리가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한다.

이 작품 또한 점점 시간이 지나며 변화한다. 작가는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댄 리의 이번 신작은 그의 아버지와 연관 있다. 올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주기가 되면서 댄 리는 한국의 장례 문화 중 삼년상을 재해석했다. 삼베, 면포, 짚풀, 옹기 등 재료로 자신만의 애도 방법을 성장, 발효, 부패와 소멸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트랜스-논 바이너리 예술가에게 부패와 발효는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주요 주제이다.

댄 리는 2022년 미국 뉴욕의 뉴뮤지엄에서 선보인 개인전을 비롯해 카네기 인터내셔널, 싱가포르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며 국제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스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5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