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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 지 한 달이 되면서 사직서에 민법상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도 이번 달 안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전문의 배출과 의대 교육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 대다수는 사직서를 제출한 후에도 전공의·전임의가 떠난 자리를 메워왔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암·중증·희귀난치병 환자 진료를 주로 책임지고 있다. 일부는 간·폐암 등 중증 수술에 야간 당직까지 맡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외래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지만, 인력이 부족해 신규 환자 진료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22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날 원광대학교 의대 교수들은 사직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결과 임상 의사로 남겠다는 의대 교수들은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상당수 교수는 25일 이후 다른 병원으로 취업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광대 의대는 전체 150명 중 73%에 달하는 110명 이상의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다.
5월로 넘어가게 되면 전문의 배출에도 영향이 간다.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전체의 90% 이상인 1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이번 달 안에 복귀하지 않으면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어 복귀할 이유가 없어진다.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내년에 전문의 2800명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배출에도 영향이 가게 된다.
의대생들 또한 대량 유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누적된 유효 휴학 건수는 지난해 전체 의대생 재학생 1만 8793명의 절반 이상인 1만여 건에 달한다. 앞서 이번 달 초 상반기 병원 인턴 수련 등록 마감 결과 인턴 예정자 중 90% 이상(약 3000명)도 등록하지 않았다.
의사 양성 시스템은 전공의 과정인 인턴(1년)·레지던트(3~4년)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딴 후 전임의로 가는 과정이 연결돼 있다. 인턴이 부족하면 앞으로 레지던트·전문의 부족으로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빠진 대학병원들 또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병원당 의료수입은 평균 84억7670만 원 감소했다. 특히 10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의료수입은 지난해와 비교해 19.7% 줄었다.
특히 오래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지방 사립대병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방 사립대병원은 지방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해왔지만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왔다. 경영이 부실한 지방 사립대병원들은 '빅5' 병원처럼 낮은 금리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기 쉽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출 자체를 받기 어려운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의 경영난은 과도한 전공의 의존이 주원인이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병원들은 저수가(낮은 의료비용)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시간당 1만2000원 수준인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국내 의료 수가(의료서비스 가격)는 원가의 70~80% 수준으로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전공의들은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