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주택가 전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인 2030년 135만가구 착공 목표는 국내 전체 가구 수(2325만가구)의 5.8%에 해당한다. 공급 만이 서울 집값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큰 방향성을 향해 정부·여야가 나아가고 있지만 거래 일선의 현장에선 의문을 표한다.

주택 거래시장은 매매와 청약시장으로 분류되며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호가를 내려 실거래가가 낮아져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청약시장은 당국이 분양가를 규제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과 공사비 인상이 지속되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년 후 주택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무주택자는 청약을 목표로 매매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미룰 수 있다. 전세를 유지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 가격 안정이 가능한 것이 일반적인 수급의 논리다.

다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불안한 원인에는 수급 불균형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수억원이 빠르게 변동하는 재테크성과 지금 아니면 못 살 수 있다는 심리의 패닉바잉, 비수도권과 가격 격차로 인한 똘똘한 한 채 현상 등이다.

국내 자산시장의 다른 축인 주식과도 연관성이 있다. 주요 선진국이 주식·채권·연금 등에 자산을 많은 비중을 투자하는 것과 다르게 한국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점은 계속 지적됐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각각 32%, 36%이고 한국의 부동산은 65~75%를 차지한다. 그리고 전체 가구 수의 65.8%는 아파트에 산다.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과 주거형 오피스텔 등에는 14.2%가 거주해 아파트와 4.6배 차이가 난다. 공동주택 공급과 수요가 아파트 중심으로 형성되는 이유에는 인프라의 편리성과 재테크로서의 가치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주지만, 주택용지가 부족한 서울 도심의 특성과 선분양 제도하의 구조 문제를 볼 때 수급 불균형의 한계가 명확하다.

빌라는 아파트의 공사기간 대비 절반 이상 짧은 1~2년 만에 지을 수 있다. 주로 후분양을 해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승인받아 건설되는 아파트 선분양 사업은 보증 의무와 분양권 심사 등 제도권의 관리감독 영역 안에 있다. 반대로 빌라 사업의 주체는 개인 건축주인 경우가 많고 금융권의 대출이자를 계속 부담하는 대신 높은 전세금을 받아 공사비를 상환할 수 있다 보니 전세사기의 원인을 제공했다.

8·13 대책은 아파트로 편중된 공급 구조를 자금 문턱이 낮은 비아파트로 바꾸려 시도한 점에서 의미 있다. 신축 비아파트 매입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 주택임대사업자 60% 등 적용해서 금융지원을 한다. 공급 관점으로 보면 빌라 건축면적(바닥면적) 제한을 현행 660㎡ 미만에서 1000㎡ 미만으로 완화해 건물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다가구주택 4층, 다세대주택 6층으로 층수 제한도 높였다.

아쉬운 점은 여전한 '숫자 채우기식' 공급대책이다. 정부는 새로운 수치를 내놓기 위해 수도권에 추가로 23만가구 이상 착공 계획을 수립했는데, 현 시점에서 확정된 물량은 약 12만가구다. 빌라 공급은 2030년 수도권 13만가구 착공이 목표다.

당국 최고 책임자의 거친 수사도 정책 수요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집을 못 지어서 미쳤나'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해야 한다. 마른 수건 짜듯 짜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정책의 절박함이라고 느낀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적돼온 문제를 보면 발표가 완료된 장기 계획을 다시 공개하고 세부대책을 여러 번 바꿔 반복하는 경향이 짙어,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전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1·29 대책, 5·22 대책에 이어 네 번째 공급대책을 내놨다. 방대하고 유사한 내용의 부동산대책이 수요자와 기업들의 혼란을 키우고 예측성을 떨어뜨렸다. 이는 사업 리스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의 빌라 매수에서 취약점은 생활 불편이다. 주차장 부족과 시공 하자, 관리 부실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누수와 결로로 인한 곰팡이 발생은 분쟁 사태로 흔히 등장한다. 의무 감리 대상이 아니거나 형식적인 감리로 인한 안전 리스크도 상존한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한 하자보수 보증금 관리도 필요하다.

법인 주도 하에 운영되는 강남·서초·용산 등 업무지구의 고가 빌라와 타운하우스는 성공 사례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테라스와 정원, 복층 구조 등 설계기준의 규제가 낮아 개성 있는 주거지로서 고소득층을 타깃 수요로 삼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 대비 낮은 공사비와 분양가, 빠른 입주는 최대 장점이다. 시공 품질의 관리와 공동주택 커뮤니티 강화 등 주거지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보완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