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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커지며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확산된 가운데 지방을 중심으로 문 닫는 업체가 늘었다. 덩달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분양사고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며 자금난으로 공사를 멈춘 현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21일 HUG에 따르면 이달 6곳 현장의 분양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 일시 납부 중지 등의 안내문을 보냈다.
HUG는 분양보증에 따라 시행사나 시공사 등이 파산 등의 이유로 분양을 완료하지 못할 시 우선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 납부 일시 중지 등을 안내한다.
이후 사업장별로 공사진행 가능 여부나 공정률 등을 조사해 분양보증 사고로 분류할지 결정한다. 분양보증은 시행 주체의 부도나 파산 시 HUG가 수분양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의 환급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주택법'은 일반분양 30가구 이상 주택 사업은 분양보증을 의무 가입하도록 규정한다. 시행사가 도산하거나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의 사유로 공사가 3개월 이상 지연되면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번에 안내문을 받은 6곳의 사업장은 모두 지방에 위치한다. 전남 여수·나주·화순과 강원 원주, 광주 등이다. 시공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업체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계약자 3분의2 이상이 분양대금 환급 의사를 밝히면 HUG는 이를 돌려준 뒤 사업장 매각 등을 통해 환급금을 회수한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계약자들이 환급보다 준공을 더 원하는 경우 HUG가 시행자가 돼 시공사를 변경, 공사를 마저 진행한다.
업계에선 분양 이행보다 환급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6곳 사업장 중 일부는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이 10%를 넘기지 못한 초기 현장인데다 공사 기간이 계속 밀려 계획과 실행 공정률이 약 20%씩 차이나는 곳도 있어서다.
2021년과 2022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분양보증 사고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늘어난 지난해부터 다시 생겼다.
2023년 덕소6A,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지역주택조합사업장, 울산 온양 신일해피트리 사업장 등 3곳의 분양보증 사고는 중견 건설업체 신일이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발생됐다.
같은 해 9월 회생 절차에 돌입한 대우산업개발 또한 짓고 있던 3곳의 공사를 중단하며 보증사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 1분기(1~월)엔 인천 중구에 들어서는 '숭의역 엘크루'(440가구) 중 75가구 분양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환급 이행을 요구했다.
이들의 입주 예정일은 내년 4월이지만 시공사인 대우해양조선건설이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탓에 자금난에 시달리며 공정률 18%에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기 때문.
올 초 광주와 전남에 뿌리를 둔 한국건설과 거송종합건설도 재무 건전성 악화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들이 짓던 광주 동구 '한국아델리움 스테이'(247가구)와 전북 익산 '유은센텀시티'(129가구) 계약자들도 지금껏 낸 돈을 돌려받기로 결정했다.
분양 계약자가 환급 이행을 선택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은 돌려받을 수 있어도 발코니 확장이나 유상 옵션 계약금은 날리게 된다. 그럼에도 분양 이행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업황 부진으로 인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새 시공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건설업 쇠퇴를 드러내는 지표라고 분석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폐업신고는 3562건으로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폐업신고 건수(1500건)는 2020년(1148건)과 비교할 때 30.7% 늘어난 반면 지방(2062건)은 2020년(1278건)에 비해 61.3%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방의 건설경기 하락폭이 더 크고 지방 건설업체의 경영 현황이 더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 1분기 당좌거래가 정지된 부도업체 9곳 중 7곳이 모두 지방 전문건설업체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산업의 생애주기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는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며 "이러한 쇠퇴기 진입이 너무 빠르면 산업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어려워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와 구매능력 하락 등으로 인해 내수시장의 충격이 크고 사회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UG도 전례 없는 재무 건전성 악화로 휘청이고 있다. 제31기 결산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HUG의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전년(-408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993년 창립 이후 가장 큰 손실이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각종 보증사고가 지목됐다.
HUG 분석 결과 지난해 보증사고 건수는 14건이다. 올해는 5월까지 총 6건이 발생,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UG 관계자는 "주택공급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증 공급에 힘쓰고 지속가능을 위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