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새벽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4.7.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서울=뉴스1) 김민수 김종훈 신은빈 유수연 윤주현 기자 = 한여름 밤 서울 한복판에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하는 최악의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운전자 A 씨(68)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도 갈비뼈 골절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2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1일) 오후 9시 27분 A 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4차선 도로)를 역주행했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굉음을 내며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의 제네시스는 이후 BMW와 쏘나타를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그 후에도 100m쯤 이동하다가 건너편 시청역 12번 출구 쪽에 이르러서야 '공포의 질주'를 멈췄다. 총 역주행 거리는 200m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현장은 인명피해가 점점 커지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나누는 철제 가드레일은 뿌리째 뽑혀 인근 상점 유리창을 깬 채 박혀있었다. 사방에는 차량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점포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고, 사고 여파로 점퍼에서 나온 플라스틱 박스와 종이컵들이 차도에 나뒹굴었다.
사고를 목격한 한 중년 남성은 "브레이크가 없는 것처럼 달렸고 콰콰콰쾅 충돌하고 멈춰 섰다"며 "신호를 완전히 무시하고 달렸다"고 당시 참상에 대해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박 모 씨는 "사고를 낸 차량 조수석에 여성이 같이 있었고 60대 운전자를 챙기는 모습이었다"며 "횡단보도 주변에 열댓 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힘겨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현장과 좀 떨어진 거리에서 사고 상황을 본 한 60대 남성은 "쿵 소리가 나서 봤더니 사거리에 차량 3대가 일렬로 찌그러져 있었다"고 사고 직후 모습에 대해 전했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중상 1명·경상 3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난 피해자의 딸 B 씨는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그냥 (병원으로) 온 것"이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 측이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에도 B 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번 사고 사망자 중에는 시청 총무과 직원 김 모 사무관도 포함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 사무관의 유족과 지인은 "김 사무관은 사명감을 갖고 한결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사무관의 형 김 모 씨(57)는 "(동생은) 형제 중 막내인데 밥 먹고 일하는 것밖에 모르던 애"라며 "'좋은나라 운동본부'라는 프로그램에서 38세금징수과 소속으로 나와 탈세하는 사람들 잡는 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현장에서 사망한 6명은 신원 확인 후 현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된 상태다.
부상자 명단에는 A 씨와 동승자인 60대 여성도 이름을 올렸다. '비응급' 부상자 중에서도 1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교통사고 발생 신고를 접수해 출동한 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37대, 인원 134명을 동원해 사고 현장 수습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밤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 현장 상황을 지휘했다.
오 시장은 "안타까운 사고다. 희생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모시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라"고 현장에 지시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도 현장을 찾아 경찰력을 직접 지휘했다. 조 청장은 이날 휴가였지만, 교통사고 발생 상황을 보고받은 직후 곧바로 현장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춘수 중부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2일 오전 0시 25분 3차 브리핑에서 "검사 결과 사고 당시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운전자 A 씨도 부상 상태이기 때문에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고 경위와 원인은 폐쇄회로(CC)TV·블랙박스 등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