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촬영물 가해자들을 대신해 삭제 비용을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0월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신화=머니투데이
정부가 불법촬영물 가해자들을 대신해 삭제 비용을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0월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신화=머니투데이

정부가 100만건에 가까운 불법 촬영물 삭제에 드는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률상 가해자에게 삭제지원 비용을 요구하는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청구한 사례는 없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가 지난 5년간 삭제를 지원한 불법 촬영물은 총 91만1560건이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지출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한 사례는 없다. 현행법상 정부는 불법 촬영물 삭제지원에 사용된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성센터의 설립 연도인 지난 2018년 4월30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불법 촬영물 삭제지원 건수는 매해 증가했고 지난해 24만5416건으로 늘었다. 이는 설치 첫 해인 2018년 2만8879건에 비해 약 8배 증가했다. 삭제 지원 건수가 증가함에 따로 비용도 더 늘었다.

신보라 여성인권진흥원장은 지난 6월 열린 디성센터 프레스 투어에서 "여가부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예산을 30억원까지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에 따르면 국가가 불법 촬영물 등 삭제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가해자는 사람의 얼굴, 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배포하거나 이를 이용해 협박하는 등의 죄를 범한 사람들이다.

정부의 구상권 청구 사례가 없는 것을 두고 전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약 100만건에 달하는 삭제지원 비용을 성범죄자 대신 지출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구상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방지법엔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구상권 행사에 필요한 가해자의 개인 정도 등을 수사기관에 요청할 권리는 없다.

지난 20대,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여가부 측도 구상권이 행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구상권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범죄 경력,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거를 담은 개정안이 발의는 됐으나 가해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재유포 협박을 당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피해자들이 삭제지원을 요청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2차 피해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